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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Oct 28. 2019

Winter is coming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93번째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요즘은 저녁만 되면 날씨가 쌀쌀합니다. 오후에 해가 비칠 때는 좀 괜찮다 싶다가도 그때 잠깐 뿐이지 바람이 불면 스산한 기운이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갑니다. 얇은 외투 하나로는 바깥의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니 이번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절기 상으로만 따지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10월 24일)도 지났고, 다음 달 11월 8일이면 입동이더군요. 겨울이 오기는 왔나 봅니다. 새삼 24절기로 계절을 구분해놓은 조상의 지혜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기온의 변화로 어느 정도 감이 오기는 하는데, 이렇게나 정확하다니!


그러나 가을이 오기는 했던 건지 문득 의구심이 듭니다. 가을 느낌이 났던 적이 몇 번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을을 향유하기는커녕 벌써 겨울을 대비해야 할 지경입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표현도 정말 옛말이라고 해야겠네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겨울입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온연한 겨울의 복판에 있겠죠. 사는 동안 늘 그랬습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사이 특정한 시기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건만 과거와는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살아있기는 하지만 그저 살기만 할 뿐 깨어있지는 않아서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루하루를 자각 없이 지나쳐 보냈으나, 그 와중에 켜켜이 쌓인 유형무형의 경험들이 자신을 바꾸어 놓았음을 깨닫습니다. 정작 당사자만 모를 뿐. 우리는 매 순간순간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선택이 그렇게 큰 결과로 이어진다니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그때 별생각 없이 했던 선택이 지금 나를 얼마나 많이 바꾸어놓았나요.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진 선택은, 지금 당장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아도 언젠가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는 했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다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HBO에서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이런 대사가 있지요. "Winter is coming". 아마 해당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들어보셨을 법합니다. 드라마의 유명세에 힘입어 무수한 패러디를 낳았으며, 여러 방면에서 인용되기도 했으니까요.


고작 해야 겨울이 오는 걸 가지고, 온갖 무게를 잡아가며 말하는 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작품의 설정과 이어놓고 봤을 때 비로소 이해가 갑니다. 계절로서의 겨울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있었고 추후 언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미증유의 재난이 오고 있으니, 언제나 이를 대비하라는 의미지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인가요? 사실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얻어갈 수 있는 교훈이 있지요. 깨어있어야 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 계절뿐 아니라 변화를 맞이해야 할 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급류에 휩쓸리듯이 흐름을 어쩌지 못하고 다급히 쫓아가야만 합니다. 


겨울이 오고 있다!


깨어-있기

있기는 있되, 깨어있을 것. 우리는 종종 삶이 이끄는 대로 따라갑니다.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 주변의 권유 등 '나'라는 사람과 무관하게 결정된 사안을 주도적인 검토 없이 수용하면서 이것이 '삶'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삶'은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이 내 안이나 나를 둘러싼 환경 그 모든 것이 변해가는 과정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다 못해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 것 같으니 따뜻한 옷을 사자거나, 난방비가 더 나올 것 같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도 '깨어 있는' 일입니다.


닥쳤을 때는 늦습니다. 심지어 늦더라도 해야 합니다. 물론 늦었다고 모든 게 돌이킬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빨리 선택했다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일부러 선택을 유보할 때도 있습니다. 게을러서든, 혹은 안일해서든 말이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 보면 어떨까요?


끝으로

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해야 하고 필요한 일을 머릿속에 담아만뒀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아니면 알고 있는데도 짐짓 모른 척 뭉그적거리다가 부랴부랴 행동에 옮겼던 적이 얼마나 많던지. 부단히 깨어있으려 노력해야하는데도, 금세 나태한 모습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반성의 시간을 가지지만, 그 때뿐입니다. 결국 항상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수밖에는 없나봅니다. 그게 쉽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오늘도 날이 춥더군요. 일교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여벌의 옷을 준비하시거나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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