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한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Nov 11. 2019

100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100번째

어느새 100번째.

<하루한편>이 오늘로 100번째 차례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 3월 5일에 시작해, 약 8개월이 걸려서 겨우 100편을 쓴 셈입니다. 이름 붙인 그대로 하루한 편씩 썼다면 7월 즈음 진작에 달성하고도 남았을 텐데, 짧은 분량의 글도 매일 쓴다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어떤 날은 도저히 써지지 않아서, 또 어떤 날은 친구를 만나느라. 갖은 핑계와 변명을 동원해가며 꾸역꾸역 쓰다가 말다가를 반복했지요. 그러다가 세 달이 넘도록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지만 참으로 긴 시간 동안 공백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쓰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네요.


2019년도 끝을 바라보고 있는 11월 11일, 오늘. 어떻든 100편을 써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그렇게 글을 써오며 무엇을 얻었나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글쎄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감사하게도 읽어주신 분들이 몇몇 있으셨지만 사실 자기만족이나 다름없었던 지라 뚜렷한 성과가 남지는 않았습니다.


100편동안 남은 것들.

애써 써놓은 100편을 두고 '성과 없었음'이라며 비관하고 두루뭉술 넘어갈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글을 쓸 것인지 제 스스로 점검하는 자리가 딱히 없었으니까요. 만천하에 드러내 놓고 살필 것까지는 없겠지만 서도. 여하간. 


가장 많이 봐주셨던 글은 91번째 글 <꾸준함이라는 미덕>이었습니다. 가장 적게 조회수가 나온 글은 5월에 작성했던 39번째 글 <숙제>였습니다. 평균적으로 20에서 40 사이에 분포하는데, 글의 내용과 별개로 관심을 끄는 키워드가 있는 경우 조회수가 평균을 웃돌더군요. <꾸준함이라는 미덕>도 그런 케이스로 보입니다.


자기만족이라는 게 자조나 비관이 아니라 객관적인 결과라는 걸 확인하고 나니 괜히 씁쓸하군요.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확실한 수치로 마주하고 보니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지금보다 좀 더 글이 알려지고 읽히기를 원한다면 전략이나 방향성이 있어야겠죠.


다른 글과의 비교.

<하루한편> 말고, 다른 글은 어땠을까요. 사정이 아주 다르지는 않습니다. 조회수가 고만고만한데, 그래도 100자리는 넘기는 글도 더러 있고 지난번 영화 <기생충>에 관해 썼던 리뷰는 2만이 넘기도 했었죠. 지금 봐도 믿기질 않습니다. 카카오톡과 브런치 메인에 뜨는 게, 유인력이 어마어마하다 싶었지요.


스시 오마카세를 다녀왔던 후기를 작성한 두 글과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의도하고 브런치와 브런치 작가에 관해 썼던 글, <브런치 작가로 먹고살려면>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습니다. 또한 그 어느 글보다도 가장 많은 라이크를 받았구요. '기획의도' 내지는 '글의 내용'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저 써놓았다고 전부가 아니었던 거죠. 누가 내 글을 읽을 것인지 독자층을 확실히 하거나, 주제 혹은 소재가 분명해야 더 많은 조회수와 라이크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어쨌거나 글은 읽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방향을 분명히 해야 했습니다.


글쓰기의 방향.

물론 열심히 준비하고 방향을 분명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들인 공에 비해서 무관심할 때 맥이 다 빠져버리지요. 그러니 너무 어깨에 힘을 넣고 쓰기보다는 적당히 체념한 채로 최대한 '나만이 쓸 수 있는' 좋은 글을 쓰는 게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그에 준할 만큼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거나, 감히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 매력적인 문체를 가지거나. 방법이야 많겠죠. 그러면 저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리뷰를 쓸 때도 비슷한 고민에 빠집니다. 어차피 남들은 이미 다 이야기한 글을 구태여 내가 반복하고 있진 않나?


나는 이 글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혹은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가. 글을 쓰면서 계속 고민해야 겠지요. 글도 쓰지 않는데 고민만 해봐야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한 근육을 붙이기 위해 <하루한편>은 써왔구요. 하지만 당초의 목적마저 희미해지고 지금은 갈피를 못잡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렇다 보니 <하루한편>을 쓰는 게 미련하게 느껴집니다. 기록을 남기는 거야 중요하다지만, 그럴 거라면 일기를 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100번을 쓰는 와중에도 점점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것 같아 뜨끔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람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변하지 않으니, 내용이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더군요.


기가 막힌 소재가 떠오르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하얀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으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했던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매일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도 한정적이고. 좀 더 뜸을 들여서 양질의 글을 쓰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진지하게 고려 중입니다.


그러면 문제는 '무엇'을 쓰느냐입니다. 애초에 <하루한편>의 기획의도부터 불확실했습니다. 모처럼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어쩌다 리뷰 한 편씩 쓰면서 묵혀두느니, 글이라도 꾸준히 쓰자는 의도였는데 이제는 그저 쓰기만 하는 것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다음 계단으로 올라설 순간입니다.


이제는 <오늘한편>으로.

그래도 갑자기 <하루한편>을 그만두자니 저 자신도 굉장히 섭섭합니다. 하루의 소회를 올리기에는 이만한 기획도 없으니까요. 구태여 있던 걸 없애버리기보다는 무조건 '매일 써야 한다'는 강제성만 바꿔서 '어쩌다 한 편씩' 오늘 있었던 일을 쓰려고 합니다.


그럼 어쩌다 오늘 한편을 쓰지 않는 날에는 무엇을 쓸 것이냐 하면은 그간 읽었던 책이나, 좀 더 기획의도가 분명한 글을 들고 오려고 합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으니까요. 무언가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는 욕심만은 여전히 강합니다.


지금까지 <하루한편>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오늘한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글을 써나가 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쩄거나. 길게 늘어놓느니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써 증명하는 게 가장 설득력 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