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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Dec 05. 2019

이제는 잠 좀 잘자고 싶은 당신에게.

<잠 좀 잤으면 좋겠다>를 읽고

<잠 좀 잤으면 좋겠다> 황병일 지음, 이담북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던 게 언제였던가. 벌써 1시간 가까이 누워 있었는데 잠들지 못했다. 이럴 바에야 책이라도 읽는 게 낫겠다. 침대에서 벗어나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하품이 나올 즈음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잠을 청한다. 평상시에도 잠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는 편이지만 어떤 날은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하다.


28년 인생에서,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경험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인생 최대의 수수께끼 중 하나는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는 사실이었다. 간에 문제가 있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원래 잠이 많았거나, 잠의 질이 나빴거나 여하간 이유가 있었으리라. 


아무리 많이 자도 피곤했고,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 착각이 아니라면 스무 살 이후로 개운하게 잤던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단추를 잘못 꿰도 단단히 잘못 꿴 셈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수면 관련 서적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이번에 다룰 책 <잠 좀 잤으면 좋겠다>도 그중 하나였다.


생활패턴을 종잡을 수 없고 깨어있는 내내 피곤을 호소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요즘은 양반이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은 불쑥 잠들기 어려운 밤이 찾아오곤 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명쾌하게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던 차, 책장에 한 편에 꽂혀있는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걸 훨씬 좋아하다 보니 읽을 생각도 안 하고 관상 목적으로 구매했던 모양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수면 습관을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보고 싶어 마침내 읽게 되었다.

 



책 <잠 좀 잤으면 좋겠다>의 저자 황병일은 수면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자신이 사업 문제로 불면증을 앓는 등 잠으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책 전체에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잠의 중요성과 잠에 대한 오해와 속설, 그리고 숙면을 위한 방법을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현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인류 문명의 변화와 그에 따라 부각된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2장은 잠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의문에 답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오해와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다.


3장은 숙면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잘 자는 것'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이 3장이야말로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개인을 넘어서서 가족을 위해 잠이 중요한 이유를 밝히며 내용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깨어있는 시간만을 의식하여 그에 반해 잠은 물론 잘 자야 한다는 걸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쉬지 않으면 깨어있는 동안에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건 입밖에 낼 것도 없이 지당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면에 관한 교육을 받거나,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는, 편히 쉬어야 할 침대에서도 쉬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편히 쉴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좋은 잠을 위해서라도, 침대는 전적으로 잠을 위한 공간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쉴 수 있다. 또한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정한 시간에 잠들 것. 침대를 잠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할 것. 가급적 잠들기 전에는 음식물 및 카페인 섭취를 피할 것. 등등.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얼마나 쉽게 잊히곤 하는가.


책에서는 그러한 '당연하지만 까먹게 되는' 중요한 사실을 한 번 더 반복해서 알려준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헤매기는 것도 좋지만, 당장 식단부터 조절하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같이 운동을 해야 하듯이.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그러한 나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낮에 깨어있기 위해 커피를 연거푸 들이키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야식을 끊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침구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도 좋은 잠을 잘 수 없다.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킬 수 있는 것들만 지켜나가도 충분하다. 극적인 변화를 만들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아쉽게도 평생 동안 쌓아온 수면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꿔줄 마법 같은 방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이 펼쳐지기를 기대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던가. 책에서 얻은 지식을 삶에 적용하며 고쳐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뒤따라야만 한다.


상상만 해도 지치는 여정이겠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점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숱한 오해와는 달리, 수면에는 정답이 없다. 오직 나에게 맞는 수면 습관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떠들든 간에 나에게 맞는 방법이 최선이다. 책 곳곳 저자 또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책, 그리고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인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남들과 비교하거나 맞추려 애쓰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노력을 꾸준히 시도할 것. 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 전연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서는 상식 수준의 이야기가 제시될 뿐이다. 잠에 얽힌 일화나, 오해를 바로잡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지만 그뿐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고 싶은 것은 '구체적인 방법'이 아닌가.


굳이 책이 아니었어도 알 수 있었던 사실들을 읽다보면 절로 맥이 빠진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저자가 하필 책을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것 외에는 방법이랄 게 딱히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독서란 건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과 더불어 이미 알고 있다고 믿던 사실을 재확인하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이쯤이면 너무 기적과 같은 방법론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의 대부분의 영역에 있어서 그렇듯, 무언가 잘 해내기 위한 방법에는 '정도'라거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언뜻 보기에는 볼품 없을 정도로 투박한 수단이 전부가 아닌가 싶다.


잠의 중요성과 실질적인 방법론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은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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