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Feb 18. 2020

고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동물 농장>을 읽고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고전을 읽는다는 것

많은 이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째서 고전을 읽는가,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전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특정한 시기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으며 나라 간의 문화적 차이 또한 넘어서서 모든 이가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막상 고전을 읽으려고 하면 거부감이 든다. 책을 읽는 일도 고루한 취미가 된 마당에, 하필 옛날에 나온 책을 읽으라니. 재미의 문제도 있거니와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몇십 년도 전에 출간된 작품을 본다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상마저 든다.


더욱이 이 세상에 그 어떤 책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 따윈 없다. 혹여 관심이 있다면 들추어 보면 되고, 아니라면 구태여 페이지를 넘길 것까지도 없다. 그러나 한 권, 꼭 읽어야 한다면 그때는 고전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긴긴 세월 동안 읽혔다는 것만으로도 검증받은 좋은 책이라는 소리니까.


옛날, 그리고 지금.

어렸을 때, <동물농장>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왜 읽었더라? 아마도 한참 논술 열풍이 불고 있던 때라, 시험을 준비하느라 겸사겸사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라면 굳이 그 하고 많은 책 중에서 <동물농장>을 읽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그 시절의 나라면 만화나 장르 소설을 훨씬 좋아했으니.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흘러, 이제와 다시 <동물농장>을 읽게 된 이유도 양상이 비슷했다. 자의라기보다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그 주의 지정도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었으니. 그러나 어렴풋하게 남아있던 기억을 놀리기라도 하듯, 다시 읽은 <동물농장>은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렇게 잘 쓰인 작품이었나 싶을 정도로. 우화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보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굳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복잡하게 따지고 들지 않아도 한 편의 이야기로서 <동물 농장>은 아주 탁월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그런 의미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 또한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소설 <1984>가 더 유명한 것 같긴 해도, <동물 농장> 또한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소설 <동물 농장>은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국가의 문제점을 우화(寓話)의 형태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메시지를 분석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용에 대한 분석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있기도 하고, 괜히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소설로서 다루려고 한다.


<동물농장>은 한 편의 소설로 봐도 참 잘 쓰인 작품이다. 비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당시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개성적인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독자로 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알레고리로서의 이야기

그렇기에 <동물농장>의 표현 방식을 두고 알레고리라는 개념을 들어가며 설명하기도 한다. 이 단어가 몹시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얼핏 들어봤지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알레고리 같은 걸 모르더라도 작품을 즐기는 데에는 물론, 살아가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동물농장> 나아가 수많은 고전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를 이 알레고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동물농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형태로 소련과 공산당의 전체 정치를 비판하는 소설로 쓰였다면 고전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을까?


물론 그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동물농장>의 탁월함은 당시에 벌어지고 있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라도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점에 있다. 알레고리라는 방법, 즉 비유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도 대입할 수 있고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니 부담 없이 고전을 즐길 것

<동물농장>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다시 반복하자면 현대에도 고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그 이야기가 먹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어떻게 먹히느냐, 그 구체적인 사항은 작품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두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누구도 강조할 수 없으며, 어느 명문 대학교의 추천 도서 목록이라든가, 죽기 전에 읽어야할 명저 100선 등과 같은 휘황찬란한 타이틀에 매료되어 고전을 읽어본들 딱히 와닿지도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고전은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책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교양이나 품격이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생기는 것도 아니니, 부담 가질 것도 없다. 내킬 때라면 언제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향하면 그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대, 비평의 역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