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차 교과서>를 읽고
지난달, 저는 갑자기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국에 덜컥 직장을 다니게 되다니, 주변에서도 놀랐지만 제 스스로도 참 운이 좋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하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직종에서 일하게 되자 여러 고민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고, 무엇보다 신입사원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도 그럴 게, 대학을 다닐 때도 그랬고, 주변에서 '직장인은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따로 듣지 못했거든요. 아니면 이야길 했는데 그때는 흘려들었을 수도 있죠.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직장인이라는 실감은 잘 나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회사원의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 제 자신이 '사회인'이라는 자각이 아직 생기지 않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마치 '어른'이라는 감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이럴 때 참고할만한 수단으로 책만큼 좋은 것도 드물죠. 마침 뭘 읽어볼까 고심하던 차에 온오프믹스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 중 하나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입사 1년 차 교과서>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이벤트에 뽑히기만을 고대하던 중 마침내 책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표지에 나와있듯이, 책 <입사 1년차 교과서>는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태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에 뛰어든 초년생에게 무슨 태도가 50가지나 필요한지 입이 뜨악 벌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이사이에 4개의 칼럼이 배치되어있으며, 그 내용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교과서라는 제목답게 책에서 강조하는 태도는 50가지나 되는 것치고는 아주 특별할 것들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의미까지 폄훼할 수는 없지요. 오히려 당연하기 때문에 무시되기도 하며 꼰대나 할 소리라며 깎아내리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생활의 성패를 결정짓는데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는 게 문제죠.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게 될 '상사'는 다름이 아니라 시쳇말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꼰대'들일 테니까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일해왔을 그들에게, 신입사원인 우리들은 얼마나 유약하며 이기적인 존재로 보일까요. 그런 점을 감안하면 책에서 말하는 태도는 '당연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50가지 태도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절대 지각하지 말 것, 운동을 할 것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사안에서부터, 메일에는 24시간 이내에 대답할 것, 일도 복습을 할 것, 단순한 업무라도 의미와 목적을 분명히 할 것, 프로세스를 만들 것 등 업무에 대한 조언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참 '교과서적'인 발언들이지만,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저자의 이력도 한몫을 합니다. 저자 이와세 다이스케는 도쿄대 법학대에서 수학했으며,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법조인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 미국에서 보스틴 컨설팅 그룹과 사모펀드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 후 일본으로 돌아와 생명보험회사인 라이프넷을 설립하게 되는데, 그가 라이프넷을 설립한 배경도 다소 독특합니다. 이 사람들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보다도, 함께 일했을 때 얼마나 재미있을지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창립 초반, 투자를 끌어낸 배경에도 이 같은 점이 한몫을 했다고 하니, 인상적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은 바로 '재미있는 일을 지루한 사람들과 하지 말고, 설령 지루한 일이라도 함께 일했을 때 재미있는 이들과 하라'는 말입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면 재미없는 일이라도 꾸역꾸역해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오래 일할 수 없다는 걸요. 국내의 한 채용 사이트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이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유독 2030세대의 조기 퇴사율이 높다며 언론에서는 아우성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저도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며, 우리는 하고 싶지 않아도 일해야 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지루한 일이라도 함께 했을 때 재미난 이들과 하는 것'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문제는 재미를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거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이 회사의 사람들이 재미난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재미난 사람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점도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설사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재미'를 찾아내는 것 뿐입니다.
인간의 대단한 점 중에 하나는, 관점을 달리했을 때 똑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겁니다. 남들은 다 재미없다는 걸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을 보세요. 그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 일이 재미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영역에서 어떤 재미를 찾아낸 것이겠죠.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무언가 배울 수 있습니다. 고사성어에도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지요. 결국 남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 안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도 바꿔야 합니다. 재미를 찾는 것도 바로 여기서 시작할 수 있겠죠.
물론 이렇게 되면 흔히 '꼰대'들이 하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소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정신론의 영역으로 수렴하니까요. 다만 일부 사실이기는 합니다. 외적인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이것은 단순히 사회생활에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닙니다.
어디 사회생활뿐일까요? 결국 상황만 다를 뿐, '인간'으로서 필요한 태도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사회인이기 때문에 좀 더 필요한 것들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그렇기에 직장인이든 아니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당연한 지점에서 시작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체 조직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지금 이 일은 어떤 목적으로 이어지느냐를 따지는 건 진실로 중요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잖아요. 지금 이 일이 나의 인생과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있다면 좀 더 잘 살 수 있겠죠.
50가지 태도를 배웠다고 곧장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한들 즉각적으로 업무 능력이 배가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뭔가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서 나름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낼 수 있다면, 당장 업무 능력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겁니다.
뻔한 소리라구요? 맞습니다. 이 책은 뻔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뻔하디 뻔한 소리지만, 무언가를 얻어갈 사람은 얻어갈 겁니다. 그렇다고 책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해서,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것 자체로도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였다는 소리니까요.
책 <입사 1년차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교과서'일 뿐. 세상은 책밖에 있습니다. 직접 부딪히는 게 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도 이제 막 시작했는 걸요, 잘 모르는 일 투성이입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으실 모든 분들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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