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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20. 2020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온 스승의 말씀

<법정스님 인생 응원가>를 읽고

인연, 일기일회의 순간들.

아마도 이 책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났더라면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걸 한 번 슥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지나쳤을 것이 틀림 없다. 에세이라고 하면 괜히 손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고, 법정 스님의 위명에 기대어 인생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니 읽어보겠다는 마음이 동하질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달 한 권씩 교보eBook 애플리케이션에서 삼성 어카운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대여를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기준은 모르겠으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볼 수 있어 애용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해당 이벤트가 아니었더라면 읽을 일이 없었을 거라는 소리다.


오늘 소개할 <법정스님 인생응원가>는 지난 2월의 행사 도서였다. 이벤트라니까 받아두기는 했어도 막상 읽을까말까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 책에 대해 비슷한 첫인상을 공유하고 있던 지인의 입에서 '예상 외로 괜찮았다'는 반응을 듣고서 읽어보게 되었다.


과연, 괜찮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에세이지만, 일상 속에서 마주한 깨달음을 법정 스님의 말씀과 함께 풀어내는 저자의 글은 따스하면서도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인연일 것이며, 한 번 뿐이었을 만남이었는지도 모른다.


책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소개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는 각각 스님의 공감언어 그리고 공감법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법정 스님의 말씀에 저자의 생각이 덧붙여져 있다. 마지막 3부는 법정 스님께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성당의 축성 100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행한 특별 강론을 수록하고 있다.


1부와 2부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소개하기에 앞서 저자가 일상이나 삶 속에서 느낀 바를 통해 말문을 트는 마중물 생각과, 그에 관한 법정 스님의 말씀과 침묵 그리고 이를 정리하는 갈무리 생각의 열고 닫는 형태의 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다보면 법정 스님의 말씀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불교적 색채가 거북한 사람이라도 큰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물론이고 법정 스님의 말씀은 특정 종교가 옳다 그르다거나 불교가 옳다는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종교의 본질을 무어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종교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지, 그 답이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주는 것이 종교일 뿐이다. 종교로 인해 삶이 곤경에 빠지거나 외려 불행해지고 만다면 종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비단 어느 종교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모든 종교가 해당되는 이야기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종교의 가르침은 삶을 바라보는 방식, 즉 관점과 구체적인 행위라는 의미에서 태도로서 육화되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듯이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으며, 행복에도 슬픔에도 매달리지 않고 그 순간마다 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딱히 어느 종교의 가르침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태도를 어떻게 가지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불교적 삶의 의미

어느 종교를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종교적 가르침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제아무리 좋은 말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불교적 삶은 '불교를 믿는 사람의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르침을 삶에서 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적 삶일 것이다. 물론 불교를 믿지도 않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겠으나, 무엇이 '불교적'이냐고 한다면 삶 속에서 맥동하는 것이 '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도 말의 함정에 빠지면 곤란하다. '불교적'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선사나 고승들처럼 단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 무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본질과 한참 멀어져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그저 알고 있는 바를 실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닐까?


끝으로

법륜 스님의 글이나, 이 책의 저자의 글을 읽고 나면 괜히 민망하고 또 겸손해진다. 인생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이들조차도 함부로 단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나는 무엇을 그리 확실하게 안다고 이리도 단정을 짓고 있는지.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반성해본다.


무엇을 두고 미리 판단하고 결정하는 태도를 버리려면 아마 평생을 노력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럼에도 매번 새롭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것과 다름 없으니까.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이 순간 순간을 살아내는지에 달려있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시대를 넘어서서 우리에게 온 스승의 말,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태도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인생의 매순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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