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의 모험>을 읽고
디저트 좋아하시나요? 저는 젤리를 참 좋아합니다. 젤리라면 가릴 것 없이 다 좋아하지만, 특히 곰 모양의 젤리를 좋아합니다. 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신 그거 맞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죠. 무엇보다 그 쫄깃쫄깃한 식감과 입안에 은근하게 퍼지는 단맛은 물론 색깔마다 미묘하게 다른 과일향이 딱 제 취향에 맞거든요. 하지만 딱히 이런 종류의 젤리를 '디저트'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젤리만 해도 그렇고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달달한 종류의 음식들은 어쩌다 먹는 군것질거리일 뿐이지, 제대로 된 디저트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구태여 '디저트'라고 말한다면 식사 후에 나오는 뭔가 본격적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니까요. 실제로 코스 막바지에 나오는 음식을 통틀어 '디저트'라고 하는 모양이고요. 신선한 과일일 수도 있고, 정성껏 요리된 무엇일 수도 있지만 여하간 '디저트'로 통칭되는 그것들 말입니다.
그럼 도대체 디저트는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됐는지 한 번 알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고 나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의외로 별 대단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실망은 잠깐이고, 앞으로 즐길 디저트에 대해 희망을 품어볼 수는 있겠죠. 오늘 소개할 책 <디저트의 모험>은 우리의 궁금증에 대해 훌륭히 답해줄 겁니다.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이 그렇듯이, 책 <디저트의 모험> 역시 서평을 읽기보다는 직접 읽는 것이 훨씬 나은 편에 속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디저트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는 축약해서 서평에 옮겨 쓰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럴 바에는 차라리 책을 보는 편이 훨씬 낫거든요.
따라서 이 서평에서는 책의 내용이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이 인상적인지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내용은 다루는 게 맞겠죠. 책은 총 6장에 걸쳐서 온갖 종류의 디저트를 소개합니다. 각 장은 디저트의 탄생에서부터, 디저트의 성격과 유형에 따라 각각의 내용을 나누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부터 읽기 시작하든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책 전체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기보다는, 디저트에 대해 개별적인 설명을 할애하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도 하거든요. 큰 얼개만 놓고 보면 중세를 시작으로 할 뿐 시간 순에 따르지 않고 과거와 근현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디저트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조리방식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어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까지 소개하는 등, 디저트에 대해 거의 모든 걸 다루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디저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구체적인 변화를 쫓아가는 일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단적으로, 현대인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이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나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에야 값싸고 -사실 마냥 그렇지도 않지만요- 구하기도 쉬운, 맛난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이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대단한 호사였다는 걸 확인하면 괜히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디저트를 실제로 먹어보지는 못해서 알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사진과 설명을 통해서 그 외형과 맛, 그리고 냄새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혹시나 나중에 먹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알아둔다면 그때 가서 책의 묘사를 떠올리며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그 명칭조차 생소한 온갖 종류의 디저트들을 과연 언제 한 번 먹어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먹어보면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내가 그 때도 이 내용을 기억하고나 있을지 걱정도 되더군요. 남아 있는 인생은 기니까 한 번은 먹을 수도 있겠죠. 그런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게 또 이 책의 매력입니다.
앞서 밝힌 대로, 디저트에 관한 다양하고도 사소한 정보를 알아가는 건 흥미 본위라고 하더라도 즐거운 일입니다만, 구태여 디저트에 관한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디저트가, 그리고 그에 대한 '앎'이 우리네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인식에서 시작해야하지 않을까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고, 디저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든 그 맛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굳이 이 맛난 음식이 어떻다느니 떠드는 건 호사가들의 취미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우리가 디저트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면, 그냥 궁금하잖아요. 거창하게 필요를 들먹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곘죠.
눈앞의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나아가 이 맛을 내기 위해 어떤 대담한 도전이 있었는지 알고나면 디저트는 더잇아 단순한 '음식'이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나를 둘러싼 이 세계가 좀 더 의미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계기이자, 보통의 식사는 특별한 순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거면 충분하죠.
사실 책 표지에 '인문학'이라는 말을 갖다붙인 게 영 탐탁치는 않았습니다. '인문학'이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좋았을 내용이긴 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인문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어디에나 사용되어왔습니다만, 뭐만 하면 인문학이라고 하는 걸 보면 기분이 참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이 책에서 '인문학'을 쓴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디저트를 통해서도 인간의 사상이나 삶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고작해야 디저트이지만 그 고작 디저트에도 인간의 역사와, 심리, 철학 등 실로 다양한 것들이 녹아들어있습니다. 그야말로 디저트는 작은 소우주라고 할만 하지요.
오늘 하루, 나를 즐겁게 해준 디저트들을 떠올려봅니다. 커피 한 잔과 곁들인 쨈을 바른 빵이라든지, 가볍게 뜯어서 먹을 수 있는 츄잉검이라든지. 그렇습니다. 디저트 덕분에 우리 인생은 조금이라도 더 달콤해졌고, 특별해질 수 있었던 걸요. 우리 인생을 빛나게 해주는 이 보석 같은 존재들을 제대로 아는 것도 괜찮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