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읽고
저는 자기계발서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서점 매대에 진열된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기만 해도 괜히 기분이 설레고,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나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계발서만큼 쓸모없는 책도 없다는, 상반된 생각도 자주 합니다. 자기계발서를 꽤 읽었지만 정말로 나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껴봤던 적은 별로 없었거든요. 그 복잡한 심경을 담아 예전에도 한 편의 글을 썼지요.
책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의 서평 ( 링크 : https://brunch.co.kr/@keepingmemory/196 )
그야말로 자기계발서 독자들의 심경을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놈의 자기계발서는 하는 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고, 무작정 나아질 수 있다는 대책 없는 낙관론 아니면 네 노력이 부족하다며 꾸짖는 소리가 대부분이지요. 그럼에도 그런 종류의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혹하게 되는 건 사람의 마음이 유약한지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했으나, 요는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소리입니다. 제목부터 아주 자기계발서다운 느낌이 팍팍 묻어 나오는 책이지요. 바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입니다. 거진 3년 전쯤에 샀는데 책장 한 귀퉁이에 내내 꽂혀있다가 비로소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이 어떤지 알 수 있다면, 아주 잘 쓴 제목이거나 혹은 책의 내용이 보잘것없어서 한 줄의 문장이나 단어로 압축된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은 전자인 동시에 후자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책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문장도 드물 테니까요.
책은 프롤로그와 7장의 내용,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서 '작은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질문과 생각, 행동, 해결, 보상, 순간이라는 7가지 키워드로 엮어내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이 뚜렷하게 구별되는 건 아닙니다. 어찌 되었건 모든 행위를 최대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주장하니까요.
그렇기에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제목은 아주 작은 반복이라 할지라도 쌓이고 쌓이면 무시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문장의 특성상 자칫 잘못 해석하면 '반복의 힘'이라는 것은 '아주 작다'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군요. 물론 다분히 악의가 섞인(?) 오독입니다. 저자는 그런 것이 아닌 '아주 작은 반복'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겠죠.
그럼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아주 작은 반복'이 가진 '힘'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주위에도 다이어트나 금연 등 자기 자신을 바꾸고자 노력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분들 중 성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실패한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그런 실패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루아침에 무언가 바꾸어놓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요.
그 어려움을 잘 알기에, 무수한 시도와 잦은 실패가 반복되는 와중에도 실패한 이를 무작정 비난하지 않죠. 무엇보다 당사자가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이번에는 정말 바꿔보고 싶었을 텐데, 허망하게도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 있는 법이니까요.
저자는 그런 '실패'의 원인을 단숨에 모든 걸 바꾸어 놓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나름대로 과학적인 이유가 등장하는데, 우리 뇌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특히나 그 변화의 폭이 크고 급격할수록 말입니다. 하긴, 어떻게 살마이 하루아침에 닭가슴살과 풀떼기만 먹고, 1시간씩 매일 운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3일이라도 버텼다면 그게 대단한 거죠.
결국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행동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는 건강 문제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로 감히 운동을 시작하려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걸 지켜보는 의사도 차마 운동을 해야 한다 제안하기 미안한 정도이지요.
그런 A에게 저자는 '1분이라도 좋으니 TV를 보며 서있으라'라고 제안합니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고 든다면 고작 1분을 서있는 걸 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1분이 쌓이다 보니 그저 서있는 것에서부터 조금씩 시간이 늘어나고 자세가 복잡해지며, 어느샌가 A는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참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사소한 행위로 시작하여 그것이 쌓이다 보면 무시 못할 결과를 가져온다니! 하지만 마냥 이 이야기를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게 그 사람이 가상의 존재일 수도 있는 노릇이고,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린 끝에 그런 결과가 도달했는지는 뭉뚱그리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단순히 주어진 시간 안에 빠른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지금까지의 습관을 180도 뒤집는 '혁신'이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주, 몇 달 어쩌면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작은 반복'을 이어나가겠습니까. 하지만 변화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어떤 결과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함'이 아닌 '나아지려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면 '작은 반복'에도 충분한 설득력이 생깁니다.
우리는 왜 운동이나, 금연, 혹은 책을 더 읽겠다거나 외국어를 배우겠다는 식의 '다짐'을 하게 될까요. 그건 외부 환경에 의해서 강제되는 '필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내적인 욕망이기도 합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무언가 해야한다면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을 단숨에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죠. 설령 내가 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 하루 아침에 바꾸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그마한 시도들로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겁니다. 작은 들이 쌓이다보면 더이상 작지 많은 않은 것이 될 테니까요. 그게 꼭 남들에게 내보일만큼 대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인생이 바뀌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한 마디로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은 '아주 작은 일들이라도 꾸준하게 하다보면 반드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외부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철저한 '자기계발서'적인 주장에 머무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 일정 부분 유효할 수는 있어도 매력적인 독해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외부조건을 어쩔 수 없으니 인정하자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일들로 나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일 겁니다. 이러한 '작은 힘'은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직 사회나 집단의 문제점이나 잘못 또한 '작은 일'로 시작해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집니다. 뻔하다면 뻔한 소리지만, 우리네 삶을 바꿀 '마법' 같은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꾸준함만이 정답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러므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시거나, 무언가 의욕을 고취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일단 이 책을 단 1페이지라도 읽어보시는 건 어떨는지. 1페이지씩 읽으면 200일 넘게 걸리긴 하겠지만, 적어도 1년에 1권의 책은 읽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욕심내서 2페이지만 읽어도 100일 밖에 안 걸리겠군요. 무엇이든 처음에는 작게 작게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