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Mar 08.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7

2. 미세먼지


오늘은 유독 하늘이 맑았습니다.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에 표기된 수치는 매우 나쁨에서 나쁨 사이로, 최악이 도배되었던 지난 며칠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푸르른 하늘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요 사이는 미세먼지로 경고문자가 날아오더라도 절로 수긍이 갈 정도였지요.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찌된 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나빠지는 게 체감이 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마스크 쓰는 게 귀찮았던 저도 올해에는 꼭 나가기 전에 마스크를 챙겨나갑니다. 며칠 전에 학교 선배를 만났을 때도 필터만 교체하면 다회 사용이 가능한 방진 마스크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구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미세먼지가 지금은 일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왔다는 게 느껴집니다.


한참 미세먼지로 고생하던 3월 5일의 하늘. (본 이미지의 출처는 연합뉴스입니다.)


많은 분들이 현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화를 내는 것도 수긍이 갑니다. 현재 미세먼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이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어 보이는 데도 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국내 요인을 유독 강조하며 미세먼지 저감 조치다 뭐다 관련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것들 역시 실효성이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적지 않은 분들이 각 분야에 정부가 추구하는 바와 실제 행보에 반감을 보이는 마당에 미세먼지 대책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에는 정부를 향한 실망과 불신도 섞여있는 게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이 글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이나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 정책의 실효성 및 정부의 행보가 보이는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위의 것을 이야기하고 계시기도 하고, 자세히 알아보아야 뭐라도 말할 수 있을텐데 현재로선 준비되어 있지 않아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꺼낼 이야기는 아마 미세먼지와 크게 상관 없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다는 걸 들었을 때도 별다른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를 체감할 수 있게 되자 별안간 괜한 불안이 들었습니다. 만약 멀지 않은 미래에 미세먼지 때문에 제 자신이 병에 걸리거나, 주변 사람이 아프기 시작한다면?


그런 생각에 미치자 사놓고도 귀찮아서 잘 쓰지도 않던 방진 마스크를 일부러라도 하게 되었고, 막상 방진  마스크를 끼고 나갔는데 정작 일행이 끼고 나오지 않으면 괜히 유난을 떨었나 싶어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던 것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환기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아주 잠깐만 하게 되었습니다. 공기청정기도 항상 틀어놓게 되었구요. 미세먼지로 인해서 제 삶의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이 비용이 부담스워 어쩔 수 없이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지금 당장 미세먼지로 인해 번거롭기만한 정도가 아니라 후일의 삶을 도모할 수 있느냐 없느냐, 즉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더욱이 정부를 비롯한 공적 사회를 향한 신뢰에 금이 가고, 시민 각자가 알아서 사태에 대처해야한다는 풍조가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느냐하는 문제이기도 하죠.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바꾸어나가야하는 순간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중국 정부에 대처를 요구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보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조차도 최악의 미래에 앞선 전조일지도 모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