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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Oct 21. 2020

되도록이면 결심하지 않을 것

[오늘한편] 결심

직장인의 글쓰기

지난 달인 9월 즈음해서, 내심 결심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글을 써서,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완성하려고 했지요. 나름 3주 정도 1주에 한 편, 완성된 글을 쓰는 데에 성공하며 습관으로 자리잡을 듯이 보였으나, 너무 성급하게 만족했나 봅니다.


퇴근하고 운동을 다녀오면 시간이 어찌나 부족한지. 어떤 날에는 아예 한 글자도 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물며 주말이라고 다를 게 없었죠. 상대적으로 여유가 넘쳤지만, 평일 동안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이유로 빈둥거리다 보면 주말이 끝나버리는 식이었습니다.


그럼 대체 글을 언제 쓰냐, 아마 이런 식이라면 평생 쓸 시간이 없겠죠.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다른 건 제쳐두고서라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글씨를 교정할 겸 시를 한 편 필사한 후,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


짧게는 10분 정도 길게는 30분 남짓한 시간을 들여서, 무엇이라도 쓰는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야 일기를 쓰는 일과 다를 게 없습니다. 무작정 글을 쓸 게 아니라, 나름대로 주제를 정해놓아야 하는데 오늘은 결심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마음을 먹는 일

우리가 무엇을 시작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왜일까요. 저는 예전부터 이런 종류의 고민을 곧잘 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서적도 찾아보았고요. 책과 저자에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편한 걸 원하기 때문에 무언가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당연한 걸 알아내겠다고 여러 종류의 책을 읽을 필요까지는 사실 없죠. 그리고 내가 행동하지 않는 이유를 구태여 외부에서 찾는 것도 굉장히 우스운 일이구요. 그럴 시간에 뭐라도 하는 게 나으니까요.


여하간, 새롭고 낯선 것을 시도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굳이 일을 해야만 하는 당위가 없고, 무엇 하나 이익이 없다면야, 구태여 도전할 이유가 없지요. 아니, 필요는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무언가 시도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을 느끼니까요. 


그것이 나의 욕망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잠시 차치해두겠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일들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하거나 혹은 시도하더라도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유만을 다루겠습니다. 결심이 결심으로 끝나버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결심하는데 행동할 에너지도 다 써버렸기 때문이죠.


그러니 결심도 하지 말 것.

지금까지 글을 써오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괜한 기시감에 또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후회가 엄습합니다. 그럼에도 매번 같은 주제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다루게 되는 건, 이런 부류의 고민이 제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몸보다 머리로 사는 편입니다. 행동해야할 때도, 고민을 더 하는 편이고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달고 사는 편이었죠. 요즈음은 좀 나아졌죠. 운동과 명상을 시작하고서는 몸으로 산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알아갈 일 투성이지만요.


그 연장선상에서 결심은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나는 달라지겠어 마음을 다잡고 180도 달라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우리 인생에서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오래 지속되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결심을 반복하다보면, 지쳐버리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실패하겠거니 지레짐작하게 되고, 괜히 실망할 일을 만드느니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죠. 그러니 결심할 바에야, 혹은 지나친 의지를 발휘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런 거추장스런 과정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낫습니다.


단순함이 진리.

핑계대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할 거면 하고, 말거라면 과감히 생각도 하지 말 것. 오늘은 정말로 운동을 할 생각이었다 한들, 가지 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리고 갈 생각만 하느라 정작 못간다면 더 슬픈 일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몇 년 전, 운동을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면, '아, 힘든데. 가지 말까? 아니야, 그래도 가야하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격렬한 내적 고민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애만 태우다가 가지 않았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런 고민이 든 시점에 이미 운동을 가고픈 마음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지금은 퇴근하자마자 운동을 하러 갑니다. 자기 자신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운동에 재미를 들인 것도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지금도 집에 들어와서는 운동을 가기까지 마음을 먹기가 참 힘듭니다. 가급적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려고 하죠.


끝으로

그래서 오늘도 운동을 하고, 필사를 하고 글을 씁니다. 단순한 행동들로 나의 삶을 채워나가기. 생각이 아닌 구체적인 순간순간의 행위들이 지금 이 순간을 풍성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매번 어찌나 새롭게 다가오는지. 조금 더 더 단순해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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