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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Nov 10. 2020

영화가 사랑을 드러내는 방식

[주말의 영화] <철벽선생(2018)>, <닥터 두리틀(2020)>

누군가에게 부끄럼 없이 글을 내보이려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정갈한 문장으로 한 편의 완성된 형태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글을 써왔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언제나 75%쯤의 자신감으로 글을 쓰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을 주저하지 않는 까닭은 비록 모자랄지 몰라도 일단은 완성을 지어야 다음 글로 넘어갈 있다고 생각하는 번째 이유입니다.


좀 더 솔직하게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나은 글을 쓰지 못할 같다는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인데, 한 편으로 완성짓기에는 미루다가 끝내지 못할 게 뻔해서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주말에 본 두 편의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철벽선생(2018)>

영화 <철벽선생(2018)>


첫 번째 영화인 <철벽선생>은 국내에 2019년 3월 개봉했습니다. 최근 일본 영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경향을 반영하듯, 이 영화도 동명의 원작 만화 <철벽선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취향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저는  영화의 만듦새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를 찾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철벽선생>의 예고편을 보는 순간, 와,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고 결심했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관에서 내려간 관계로 볼 수 없었던 비운의 작품이었습니다.


그 후 1년이 지나 OTT 서비스를 통해 만나게 되었으니 나름의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닐지. 여하간 영화의 내용도 그러한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간략한 요약과 감상평

요약

소위 일본만화의 장르 구분에 따르자면 소녀만화에 속할 테고, 학원(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학원물인 동시에 주연 인물 간의 연애를 그리는 러브코미디물이기도 합니다.


수학선생으로 부임한 히로미츠와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사마룬'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은, 로맨스물의 정석 그 자체를 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언제고 진심을 내보이는 여자와 그 진심에 서서히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남자라니. 요즘에 와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죠.


감상평

그럼에도 이 뻔한 연애드라마에서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불변의 진리가 있습니다. 사랑이란 건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감정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솔직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우며 동시에 대단한지도 말이죠.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사실 대단할 게 없습니다. 다소 과할 정도의 연기나, 만화적 연출이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겠군요.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 아니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과장된 연기와 연출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연인 관계로 발전할 듯 말듯한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마룬을 연기한 하마베 미나미가 귀여운 것과 히로미츠를 연기한 타케우치 료마의 무심한듯 시크한 배려가 보는 사람마저 흐뭇하게 만든다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2. <닥터 두리틀(2020)>

<닥터 두리틀(2020)>

영화 <닥터 두리틀>은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볼 때만해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연 배우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보니 그런 기대감에 한몫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주연 배우가 대단하다고 영화가 꼭 대단하라는 법은 없는지라, 만듦새가 훌륭하지는 않았는지 소리 소문도 없이 내려가있더군요.


요즈음 영화들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OTT 서비스에 등록되지만, 평가가 박했던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찾아볼 수 있죠. <닥터 두리틀>도 그런 부류였는지, 지금 시청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올해 초에 개봉한 영화가 이렇게 빨리 올라 올 줄이야.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봤습니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한 요약과 감상평

요약

<닥터 두리틀>도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더군요. 영화 초반에 스토리를 설명하는 방식도 그렇고, 다분히 원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느껴지는 이야기 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보기에는 좀 뜬금 없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팬들도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은 편집도 있던 모양인데 그 부분은 원작을 아는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원작과 별개로 영화를 보자면, 교훈적인 아동영화에 가깝습니다. 배우자를 잃은 상처로 인간들을 멀리하고 두문불출하며 동물들을 돌보던 두리틀 박사가 다시 한 번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도 해결하고, 제자도 얻게 되는 등 이야기 자체는 희망적으로 이어집니다. 어쩌면 굉장히 진지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감상평

애초에 원작 소설도 아동문학에 가까웠던 느낌이고, 저도 그러한 종류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희망찬 메시지와 시원시원한 전개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영화 자체가 만들다만 느낌이 들었습니다.


12편짜리 드라마를 이어붙인 것처럼, 급작스러운 전개도 그렇고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대체 왜이러나 싶은 인물들까지.


그리고 원작이라면 좀 더 섬세하게 다루었을 인물의 심경 변화나 사건들도 영화에서는 단순하게 표현되는 감이 있습니다. 동물들이 귀엽다는 게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군요.


선뜻 추천하기가 망설여집니다만, 확실히 동물들이 귀엽긴 귀엽습니다. 하지만 귀여운 동물을 보고 싶다면 Yotube에서 동물 영상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공통된 관점

<철벽 선생>과 <닥터 두리틀> 두 영화 모두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영화 같지만 글을 쓰려고 보니 한 가지 묶이는 주제가 있긴 하더군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닥터 두리틀의 경우 운명적 사랑을 잃고 세상과 관계를 단절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계기는 다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잊는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언제라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철벽 선생> 또한 두 인물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의 관계, 특히나 관계의 최전선에 있는 '사랑'에서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인류의 오랜 주제가 '사랑'인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거칠게 소급하자면 모든 이야기가 '사랑'으로 소급되겠지만, 이 두 영화에 한해서는 분명하게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고된 평일을 마친 주말 정도는 별 고민 없이 지내고 싶은 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선택하곤 합니다만 정말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건 세상에 있지도 않고,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절대 가볍게만은 생각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그런 생각도 정리하지 않으면 머리 한 편에 남아 복잡함만을 키울 뿐이라 나름대로 정리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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