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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Dec 14. 2020

돈이 안 돼도, 오늘도 글쓰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에 관하여

브런치 2년 차.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19년 1월,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입니다. 그동안 211편의 글을 썼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었습니다.


극장에서 한참 개봉 중인 영화의 리뷰를 써서 카카오 찾아보기 탭에 소개되거나, 브런치 메인에 잠깐이나마 소개된 정도. 물론 29년을 살아오면서 이 정도 주목을 받아보기도 처음이라 나름 대단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참 미묘한 성과라고 해야 하나.


빙빙 둘러 이야기하지 말고 딱 잘라 본론으로 들어가면 돈이 안 되는 글쓰기만 해온 셈입니다. 브런치 작가 N년차면 출판을 한다거나, 구독자 수가 천 명 단위라거나, 뭐라 내세울 만한 성과가 생길 줄 알았는데 글쎄, 이게 웬걸, 고만고만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다

제 브런치의 '문제'를 분석하라면 할 수 있는 말이야 많습니다. 경쟁력이 부족하다든가. 나만의 킬러 콘텐츠가 없다든가. 게재 주기가 일정하지 않다든가. 따지고 든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따질 수 있겠죠.


우선 대체 이 브런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부터 모호합니다.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작가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기획'에 아주 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때의 기획은 한 편의 글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고, 브런치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를 잡는다는 의미에서의 기획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분들은 일관성 있는 글쓰기를 통하여 내가 누구인가를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그와 더불어 전문성까지 확보하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 킬러 콘텐츠가 짠, 등장합니다. 기획, 즉 콘셉트가 분명히 전제되어야 비로소 킬러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사람들에게 내보일 것 아닌가요?


물론 킬러 콘텐츠라는 건 저자의 의도도 반영이 되겠으나, 꾸준히 업로드하다 보면 우연히 터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여기서 '일정한 연재 주기'가 중요해지죠.


자, 대강 이렇게만 살펴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참으로 명확합니다. 남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두고, 나만의 글쓰기를 꾸준히 할 것. 그런데 세상만사, 그 '간단한' 일이 가장 어려운 법이지요. 


세상 나쁜 글쓰기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게 가장 큰 악덕이라는데 그렇다면 저는 세상 제일가는 나쁜 놈일 겁니다. 아니, '나쁜 작가'일 것입니다.


더욱이 독자를 위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멋대로 글을 써놓고는 읽히기를 바라는 노릇이니. 사고의 흐름이 소모적인 자책으로 이어지려고 할 때쯤, 어쩌면 나는 쓰고 싶은 글만 써왔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써올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다소 의외의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않았고, 어쩌다 정말 뭐라도 쓰고 싶을 때 글을 쓴다. 그야말로 제멋대로 글쓰기를 해온 덕에 글쓰기 자체에 아예 관심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꾸역꾸역, 한 편이라도 남기고 그렇게 글이 쌓이면 언젠가 빛을 볼 거라 믿으면서.


지속 가능한, 손해 보는 일

만약 글쓰기로 아주 적게라도 돈을 벌었다거나, 혹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어버렸다면 오히려 그게 부담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김칫국을 사발째 들이마시는 느낌이지만, 잠깐만 상상해봐도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 이 일은 그때부터 하나도 즐겁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건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일입니다. 시간만 날리고 '손해만 잔뜩 보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쓰는 게 아닐까요?


물론 돈을 벌면, 아니면 성과가 나온다면 그것대로 즐겁게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무언가와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는 일도 있는 법이죠.


만약 값어치를 두고 흥정을 할 수 있게 되면,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소중했던 일조차도 저울에 오르는 순간, 보잘것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글을 쓴다

이건 제가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잠깐 반성해봅니다. 어떻게 글쓰기가 매일 같이 즐거울 수 있을까요. 글쓰기나, 작가들에 대한 책을 들여다보면 열이면 아홉이 글쓰기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이 그렇게나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왜일까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선 무언가가 글쓰기에 있기 때문 아닐까요? 자기표현조차도 넘어서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관련된 무언가.


제 자신은 그렇게 대단한 작가들과 견주어볼 깜냥이 되지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글을 씁니다. 불만족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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