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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Dec 23. 2020

건강이 최고

[오늘한편] 노로바이러스

생일날의 봉변

12월 21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이제 이틀이나 지났으니, 생일이라고 입밖에 꺼내기도 민망합니다만, 글을 쓰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낯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생일 운운한 이유는 하필 축하를 만끽해야 할 생일에 노로바이러스로 하루 종일 끙끙 앓았기 때문입니다.


생일날이 평일, 그것도 월요일인 관계로 그 전날인 20일에 여자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에 간단한 술까지 곁들이고 영화를 보면서 즐거운 생일 전야제를 보냈습니다. 다 좋았습니다. 점심에는 회, 저녁에는 소고기.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생일을 맞이한 새벽,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자친구가 속이 좋지 않다며 쉽사리 한참을 뒤척이더니 급기야 일어나서는 끙끙 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온갖 민간요법까지 동원해보았으나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인이 뭘까를 따져볼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우선은 간단한 대증요법과 함게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흘러서 어찌어찌 상태가 호전되나 싶었는데 그러기는 커녕 여자친구는 새벽 내내 잠들지 못했고, 저 역시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월요일 오후에서 알게 된 사실은 월요일 새벽부터 여자친구와 저를 괴롭혔던 증상의 정체는 노로바이러스였다는 겁니다.


무시무시한 그놈, 노로바이러스

아마도 일요일에 먹었던 석화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때마침 제철이고, 1년에 한 번뿐인 생일이니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걸 먹어보자고 호기롭게 집어든 게 문제라면 문제였겠죠. 먹을 때까지는 참 좋았지만, 먹고 나서 이렇게 고생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는 29년을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노로바이러스를 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여하간 '운이 좋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잔병치레도 크게 하지 않는 편이라 제 스스로 장점을 꼽으라면 '건강하다'를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29년 인생 첫 노로바이러스는 참말이지 괴롭기 그지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오한과 발열이 몇 시간 단위로 반복되는 상황, 거기다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에 잠을 청하기도 어렵고 잠에 들어도 다시금 깨버리면 고통이 찾아오는 끔찍함의 연속.


깨어있는 동안에도 피로감은 물론이요, 신체의 온도조절 기능이 망가졌다는 표현 이외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는 격한 체온 변화로 맨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생일이 끝난 오늘에서야 겨우겨우 컨디션이 돌아왔죠. 장장 24시간에 걸친 싸움 끝에 비로소 살아남았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 나니, 머릿속에는 역시 건강한 게 최고라는 말 한마디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그래서 자주 잊히는 말. '건강이 최고'. 건강할 때는 건강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쉽게 실감하기 어렵죠. 원하지 않던 사건으로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으니까요.


평소의 건강관리도 그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그동안 영양제를 그렇게 열심히 사먹었는데, 그덕분에 이틀을 고생 할 걸 하루 고생하는 걸로 줄여준 게 아닐까 자기위안을 해보기도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해둔 게 체력에도 꽤나 도움이 되었을 거구요.


여하간 그렇게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 건 아프지 않는 게 최선이고, 무조건 건강한 게 옳다는 겁니다. 그리고 건강하려면 평소에 건강한 습관을 잘 들여놓고, 굴과 석화는 반드시 익혀먹자는 교훈을 얻었지요. 여러분도 부디 남은 2020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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