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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25. 2021

자신의 기분을 안다는 것

[오늘한편]기분

참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날씨도 무척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일했고 무사히 퇴근했죠. 곧장 운동을 하러 가서 땀을 빼려고 하는데 불현듯이 깨닫고 말았습니다.


아, 지금 나는 굉장히 기분이 가라앉아있구나.


예전 같았으면 제가 어떤 상태인지 분명하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자기 자신의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도 잦았고, 다른 사람과 소원해지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다가 도리어 날카롭게 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적어도 지금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정하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무리해서 쾌활한 척을 하느니 그냥 울적하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기로 했습니다. 우울한 게 나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괜히 이유를 찾으려 하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우울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지금 내가 우울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바꿀 수 없는 사실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보기보다는 따스한 한 마디 말로 나를 위로하는 게 더 낫더군요.


그리고 머릿속을 비우고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울한 기분도 어느샌가 사라졌습니다. 물론 운동도 억지로 한다면 기분이 나아질 리가 없겠지만요.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움직였을 뿐입니다.


기분이라는 건 일시적인 상태지만, 우리는 너무나 그 상황 속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발버둥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구요. 그럴 때는 정말, 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이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리고 좀 더 충분히 이 순간에 충실히 머무르는 거죠.


아마도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겁니다. 예상보다 훨씬 자주 우울해질테고, 그럴 때 어떻게 해야 더 현명하게 지낼 수 있을지를 미리 알아둬야곘죠. 그 방법을 오늘 배운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분을 받아들일 것. 그리고 인정할 것. 힘껏 위로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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