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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13. 2021

멍석을 깔아줘도 못하는 게 글쓰기

[오늘한편]멍석을 깔다

글과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고 싶었던 말이나 쓰고 싶었던 글은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거다. 건망증을 반성이라도 하듯이, 쓰고 싶었던 글이 있었는데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게 된다.


메모를 생활화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보다. 그러나 일상의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건 기억을 잘하는 일이라기보다는 편집증에 가까운 것이어서 도리어 신경증에 걸릴지도 모른다. 마음이 편히 지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보다도 자주, 잊어야 한다.


그래서 멍석이 깔려도 글을 쓰지 못하나 보다. 잊고 사는 게 너무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자기소개서를 앞에 두면 머릿속이 하얘지듯이.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멍석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일단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물론 그렇게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민망할지도 모른다. 일기와 별반 차이도 없을 테고, 실제로 아무도 읽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써야 한다. 그동안 당연히 여기고 있던 일들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시간이 없었을 테니.


고작 다섯 문단에 불과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 이번에는 또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다음번에는 멍석 위에서 제대로 놀아보자고 마음먹어본다. 언제나 마음먹기는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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