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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17. 2022

 '나'를 쌓아나가는 일.

이말년 그리고 침착맨.

1.

이말년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던 건, 고등학교 때 즈음이었다. 창작 만화가 올라오는 웹사이트에 웬 도깨비가 등장하는 만화를 그려서 올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림체가 워낙 특이하고 내용이 좀 괴팍해서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지금 찾아보니 8화 정도 연재가 되었는데 그 뒤로는 그 작품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말년 ...이라는 사람이 만화를 그대로 그만두었을 리는 없다. 지금의 이말년이 있지 않은가. 이말년 씨는 이후로도 열심히 웹툰을 그렸고 누구나다 알고 있는 유명한 웹툰 작가 이말년이 되었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에 와서 보이는 그의 대단한 점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일단 만화 연재가 가능한 커뮤니티에는 모조리 자신의 만화를 올렸다는 것인데, 2000년대 즈음부터 여기저기서 자기 PR의 시대 운운하는 통에, 그런가 보다 싶었지 도통 실감하질 못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사실이긴 한 것 같다. 역시나 본인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서 발품을 팔아야 하나보다. 이건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2.


이말년의 웹툰에 대해서는 워낙에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여기서는 '침착맨'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은 관계로 바로 그의 인터넷 방송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침착맨을 방송에서 알게 된 것은 또 대학생 시절, 나이스게임tv라는 인터넷 방송국에 등장했을 때였다. 만화가인데도 입담이 걸출해서 놀랐는데 나중에 그가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바로 수긍이 갔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침착맨은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으나 시청자가 좀처럼 들어오지 않아, 자기가 이말년인데 방송을 키면 보러 올 거냐고 본인이 활동 중이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물어봤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 웹툰 작가 지망생이던 시절에도 그랬지만 자신을 알리는 일에 거침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나 뜻이 있는 사람이 하는 일에는 천명이 따르는 게 아닐지.



이렇게 구구절절 침착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가 올린 최근 영상 중 하나가 유난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거지, 뭘 글로 쓰냐 싶은데, 여하튼 이런 생각을 남기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굳이 이 늦은 새벽이어야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지만....



3.


침착맨의 영상들을 거의 다 재미있게 봤지만, 유난히 재미있었던 영상은 바로 아래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SKfIJx79Pw






자신의 인터넷 방송이 어떻게 성장해왔는가를 회고해 보는 영상인데, 참 별거 아닌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기 자랑으로 빠지지도 않고, 담담하게 자기가 이 기간에 왜 이렇게 했었는지를 설명해 주니 웹툰 작가 이말년부터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현재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일하며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침착맨 본인은 물론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방송을 알리고자 노력하는지가 보여서 좀 재미있었다.



썸네일을 어떻게 바꿔야 좀 더 사람들이 들어올지, 같은 콘텐츠라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고 편집할지를 고민하는 모습들이 게임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과 아주 유사해서, 비슷한 부류의 일을 하는 사람의 고충 같은 게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소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참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게 너무 당연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제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적절한 방식으로 소개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니.



그리고 콘텐츠를 꾸준히 쌓아나가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중요한가. 최근에 침착맨 유튜브 영상을 쇼츠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시도들 역시 그와 그의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침착맨이라는 사람의 노력이 엿보였다. 열심히 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닌가.



여기에 더해 특히나 놀라운 점은, 그가 생각 이상으로 방송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다. 유퀴즈에도 나올 만큼 이말년이라는 사람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침착맨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으며, 트위치 이전에도 방송을 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꾸준히 방송을 해왔는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물론 웹툰 작가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인터넷 방송을 저렇게 꾸준히 했다는 것은 그것대로 좀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여하튼 침착맨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또 꾸준한 사람이라는 것.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신을 알리는 일에도 거침이 없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을 굉장히 끈덕지게 밀어붙일 줄도 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웹툰 작가 이말년, 그리고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을 떠나서 인간 이병건의 대단한 점이 아닐까 싶다.



4.


물론 나는 실제로 인간 이병건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의 웹툰은 물론 방송까지, 대외적인 활동을 지켜봐왔을 뿐이고, 팬이라고 말하기에도 좀 민망한 수준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얼굴도 생전 마주한 적 없는 사람이 이름 석 자를 운운하는 게 굉장히 죄송스러운 일로 느껴져서, 다시 침착맨이라고 해야겠다. 침착맨이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 대해 - 정확히는 침착맨 유튜브 채널의 지난 7년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영상을 보며, 나 역시 내 지난날을 돌아보게 됐다.



인간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 중 하나가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인데, 실제로 그렇게 기록을 남기려 악착같이 애썼던 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게 개인적인 만족 이상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단발적인 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함으로 이어진다면 상상도 못했던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닐지... 물론 7년을 한다고 누구나 침착맨처럼 성공하라는 법은 없지만, 우선 7년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성공을 하든 말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내가 이제 크로스핏을 2년 남짓했고, 글쓰기는 쓰는 둥 마는 둥 해서 2년에 200편 남짓 두서없는 글들만을 써왔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단순히 '쌓아올린다'라는 것 이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맞게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침착맨은 최소한 인터넷 방송에서 꾸준히 게임으로 자기 자신을 알려왔고, 거기에 더해 다른 컨텐츠들을 시도해나가며 외연을 넓혀왔다. 그게 본인의 의도였든 아니든간에 이런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에 와서는 예전이라면 꿈에도 몰랐을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5.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아는 것. 31살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부분을 잘 모르겠다. 결국 할 수 있는 걸 할 수밖에 없고, 보잘 것 없더라도 결과물을 하나둘 쌓아나가야 하는데, 침착맨을 보면서 이런 '쌓아나감의 과정'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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