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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2. 2022

갑자기 쉬워지는 법은 없다

2022년 3월 2일 수요일(606일째, D+890)

1.

인생에서 시련은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고,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달아 들이닥칠 때가 더 많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매니저님과 또 한 번 와드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삼일절에 매니저님과 와드를 하고 거의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다시 돌이켜 봐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가급적 일주일 정도는 매니저님과의 와드가 없기를 바랐지만, 오늘 또 매니저님과 함께 하게 될 줄이야. 이게 운명?


그렇게 운명을 받아들였던 남자가 겪게 된 기록이다.


2.

오늘 와드는 2가지였다.


첫 번째 와드는 아래와 같다.

Team of 2



20min AMRAP : 9R+13



10 Right Arm DB Overhead Squat 50lbs

5 Ring Muscle up

10 Left Arm DB Overhead Squat 50lbs

15 T2B








이런 종류의 팀 와드는 특별히 어떻게 나눠야 한다고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1라운드 안에서 정확히 반씩 나눠도 되고, 아예 1라운드를 통째로 한 사람이 다 하는 등 어떻게 나눠도 상관이 없다. 한 라운드 안에서 반씩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매니저님이 제안하신 대로 한 명이 1라운드를 다 끝내면 다음 사람이 순서를 넘겨받아서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두 번째 라운드까지는 2분 페이스로 어떻게 잘 따라간 것 같은데 역시나 마지막에 가면 갈수록 링 머슬업이 안 되질 않나, T2B가 안 되질 않나 아주 난리도 아니어서 결국 매니저 님에게 제때 넘겨드리지 못해서 10라운드를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 이렇게 또 아쉬움이 남는 와드를 하고야 말았다. 거기다가 손바닥까지 날아가서 정말이지 상처 뿐인 와드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와드를 끝내고 허탈하게 앉아있는데, 매니저 님이 바벨을 챙기시는 게 아닌가. 매니저 님은 와드를 하나 더 하시려나 싶어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빨리 준비하라는 매니저 님의 호통이 날아들었다. 아, 그렇구나. 하나 더 해야하는구나. 그렇게 오늘의 두 번째 와드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와드는 다음과 같다.


AMRAP(As Many Rep as Possible) 7min


7 Power Snatch 95lbs

7 Bar Facing Burpee

7 T2B

Rest 30secs


Rest 3min


AMRAP 7min

7 Power Snatch 135lbs

7 Bar Facing Burpee

7 T2B

Rest 30 sec



3R+14 / 2R+1



*가급적이면 모든 동작을 Unbroken으로 수행

















크로스핏은 시간이 짧은 와드라고 해서 절대 쉽지 않다. 오히려 짧으면 짧은대로 괴로움이 있는데, 오늘의 두 번째 와드도 딱 그런 종류의 와드였다. 일단 95파운드 스내치 7개를 연속으로 수행해야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바 페이싱 버피도 7개면 개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스내치를 끝내고 난 다음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숫자. T2B 역시 오늘 이미 T2B를 하고 나서 하기에는 뭔가 미묘하게 많다.


그래도 7분만 하면 되니까 스내치도 모두 언브로큰으로 끝내고, 어떻게 저떻게 3라운드는 간신히 넘겼다. 그러고 3분 동안 휴식 시간이 있어서 편할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플레이트 갈아끼느라 2분 남짓 날려먹고, 제대로 쉬는 건 1분이었나? 그렇게 들어간 두 번째 7분. 나는 언제쯤 135파운드 스내치를 예쁜 자세로 하게 될까.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스내치를 억지로 하는 거지, 제대로 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래도 와드를 해야하니까. 엉망진창인 자세로라도 스내치를 하고 간신히 버피를 끝낸 다음 T2B까지 해냈다. 2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30초 쉬는 시간 빼고 나니 10초가 남았다. 겨우 하나 더 들고 그대로 끝. 사실 마지막에 억지로 든다면 하나 더 들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마음이 꺾이고 말았음을 느꼈다.



3.

이렇게 두 타임을 운동하고 나니, 아주 조금 강해진 것도 같지만 어디서 내가 무너지는지 또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게 크로스핏은 '내가 힘든 순간'이 아주 분명히 찾아오는데, 그 순간을 버티고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 그걸 쉽게 해낸다면 인생의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크로스핏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아닐지.


니체가 말한 것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오늘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으니 나는 좀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 번 힘들었던 게 두 번 한다고 갑자기 쉬워지지는 않는다. 오늘 제목을 이렇게 쓴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세 번째와 네 번째,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좀 나아질 것이다. 그러니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와도 잘 이겨내보도록 하자.


4.

오늘의 결론.

1.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2. 그러니까 계속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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