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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6. 2022

하나를 해도 제대로

2022년 3월 3일 목요일(607일째, D+891)

1.

크로스핏은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역도야말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크로스핏을 처음 시작하려고 박스에 발을 들인 분들은 바벨을 쓰는 것만 봐도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헬스장과는 다르게, 크로스핏에서는 바벨을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던지는 모습이 -물론 플레이트를 꼈을 때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지니 말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런 걸 하지? 싶었다. 일단 자기 자신의 체중과 비슷한 무게의 무언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경험이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겁을 먹어서 무게를 못 드는 분들도 더러 있고, 부상의 위험도 굉장히 높다. 특히 자기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게 욕심만 내다가 어디 한 군데 다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곤 한다.


한 달쯤 전, 역도 동작 중 용상을 하다가 손목을 다쳤다. 무게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들긴 들었는데, 왼쪽 손목에 바벨의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그대로 꺾이고 말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손목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운동을 쉬어야 하나 싶었지만 너무 오래 쉬면 운동을 그만 두게 될까봐 또 쉬지는 못하고, 최대한 손목을 안 쓰는 방향으로 운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크로스핏의 핵심을 역도라 하지 않았는가. 이번 주 목요일, 역도가 나오고야 말았다.



2.

목요일의 와드는 다음과 같다.

2Rounds


2min Max Squat Clean 165lbs

Rest 2min


2min Max Squat Clean 185lbs

Rest 2min


2min Max Squat Clean 205lbs

REst 2min




오로지 스쿼트 클린으로만 이루어진, 스쿼트 클린 연습을 위한 와드였다. 가뜩이나 스쿼트 클린은 반드시 바벨을 어깨 위에 얹어야 하는데, 손목을 다친 이후로 제대로 얹지를 못해서 이 와드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역도를 피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다른 동작으로 바꿔가며 어떻게든 해왔지만, 반드시 극복해야만 했다.


또 다치면 어쩌나하는 공포, 어쨌거나 나중에는 제대로 된 자세로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자세를 신경쓰면서 와드 시작 전까지 무게를 서서히 올렸다. 오히려 낮은 무게에서 어깨 위로 제대로 얹질 못해서 손목 통증이 좀 있었고, 무거워질수록 빠르게 팔꿈치를 밀어넣는 데에 신경쓰다보니 손목이 덜 아픈 게 아닌가.


이쯤되면 와드를 해도 되겠다 싶어, 호기롭게 와드에 도전했고 손목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개수를 그리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드디어 손목이 아프지 않고 스쿼트 클린을 할 수 있는 자세를 알아냈다는 것! 너무 강하게 바벨을 쥐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손은 바벨을 들어올리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손목을 덜 쓸 수 있더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바벨을 축으로 양팔을 회전시킨 후에 밀어넣어야 하는데, 팔에 너무 힘을 강하게 주면 손목으로 바벨을 옮겨 놓는 양상이 되어 손목이 그 무게를 모조리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손목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으니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코치님이든 매니저님이든 역도 동작이 나오면 늘 말씀해주시고 계셔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내용이다.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여겼지만 실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2년이 넘게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싶다. 특히나 역도는 정말 쉽지 않다. 이걸 언제쯤 잘하게 될는지.



3.

역도 동작은 초보자가 곧바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크로스핏에 대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고난도 동작을 요구하는 탓에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작들이 능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그 사람의 수준에 맞게끔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코치의 존재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자랑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다니는 박스는 그래도 코치님과 매니저님이 회원들 각자의 수준에 맞게 알려주시는 덕에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회원 개인의 욕심(?)은 그분들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왕왕 피치 못할 부상이 발생하고는 한다. 가령 나 같은 경우도, 괜히 무게를 올리려다가 다치지 않았는가.


하지만 가르치는 분들도 항상 강조하시는 게 제대로 된 자세의 중요성이다. 나쁜 자세로 몇 십개, 몇 백개를 해봐야 -물론 운동 효과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의미가 빛을 바란다. 기록이 좀 나오지 않고, 그리 무거운 무게를 들지 못하더라도 일단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세로 해야 한다. 어쩌면 나도 너무 조바심만 부리다가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무게만 올려보려고 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4.

오늘의 결론

1. 욕심은 적당히.

2. 연습은 확실히.

3. 올바른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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