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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6. 2022

항상 잘할 수는 없다

2022년 3월 4일 금요일(608일째, D+892)

1.

금요일 새벽, 2022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 두번째 와드가 공개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에야말로 바벨을 쓰는 동작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설마 데드리프트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거기다 빠지지 않고 버피테스트까지. 가장 단순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완주하는 게 쉽지 않은 와드일 게 틀림 없었다.


와드 공개와 함께 크로스핏 Youtube 공식채널에 업로드된 선수들의 시연도 찾아보았다. 225파운드 데드리프트는 우습게 들어올리는 서양 선수들조차 7분에서 8분 정도로 걸리는 걸 봐선, 나로서는 완주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봐야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어떤 와드인지부터 공개하겠다.


2.

2022 크로스핏 게임즈의 두 번째 와드는 다음과 같다.

Crossfit Games Open 22.2


1-2-3-4-5-6-7-8-9-10-9-8-7-6-5-4-3-2-1

Deadlift 225lbs

Bar Facing Burpee


Time cap : 10min



10분 안에 225파운드 데드리프트와 바를 넘는 버피테스트를 각각 100개씩 수행해야한다. 225파운드라고 하면 감이 안 오는데 약 102kg의 무게를 10분 안에 100개를 든다는 건 어지간히 허리가 강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다 호흡에 신경쓰면서 데드리프트를 해야 허리를 다치는 일 없이 끝낼 수 있는데 사이사이에 버피까지 섞여있다.


실제로 수행해보니까 이게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6개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7개부터 슬슬 데드리프트도 버피테스트도 한 번에 끝내기 부담스러운 개수로 느껴진다. 거기다 6개까지 한 것보다 7개부터 10개까지의 개수가 더 많으니, 6개까지 2분안에 들어가도 속도가 부쩍 느려지기 시작해 10개를 끝내면 남아있는 시간이 고작 해야 1분, 많아봐야 2분.


두번째 데드리프트 9개를 다 끝내지도 못하고, 8개까지 했는데 10분이라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해서 기록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못할 줄이야.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실망을 하기보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잘할지를 고민하는 게 나았다. 첫 시도에서 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했는지를 분석해보니 데드리프트를 하나씩 한 게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3.

22.1과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221.도 덤벨 스내치를 하나씩 하는 게 허리에 더 부담이 심했다. 마찬가지로 데드리프트를 하나씩 들어올리는 게 허리에 부담을 더 주는 것 같다. 여러 개를 한다고 쉬는 시간을 오래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하나씩 했던 건데 그게 패착이었을 줄이야. 아무리 무거워도 무조건 한 번 들었을 때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정답이었나보다.


그리고 버피테스트를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적당한 템포로 계속 이어가야 데드리프트를 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호흡을 가져가면서 버피테스트를 마치고 데드리프트를 하기 전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바로 데드리프트를 들어가야 좀 더 기록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성과가 안 나오니까 뭔가 한 번 더 한다고 잘 할 것 같지가 않고,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허리가 하루 아침에 강해지지 않는 이상 기록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가장 단순해보이는 것이 가장 어려울 때가 많다. 오직 정공법밖에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실력으로만 증명해야 한다.


뭔가 변명을 덧댈 수도 없다. 어떻게든 이걸 극복해야 또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으려나.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람이 어떻게 항상 잘할 수 있겠나. 기대가 어긋날 때도 있는 것이고, 절치부심해서 다음 번에 더 잘하는 수밖에.



4.

오늘의 결론

1. 항상 잘할 수는 없다.

2. 그러니 의기소침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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