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5일 토요일(609일째, D+893)
1.
살아오면서 종종 후회를 했던 적이 있다. 아니 생각보다 더 자주.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인간관계에서, 혹은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 때. 그러지 말걸, 혹은 이렇게 할걸. 등등. 너무 후회를 많이 해서 후회하지 않은 적을 꼽는 게 더 힘들 수도 있겠다. 크로스핏을 하면서도 어찌나 많이 후회했는지. 한 번이라도 더 들걸, 하나라도 더 할걸.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할걸.
왜 후회를 하는지는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다. 결과를 마주하고 보니 실망스러워서다. 하지만 '~껄무새'라는 농담도 있을 만큼, '~할걸'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지나고 나서 그런 말을 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인생에 만약이라는 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기회가 주어지는 일도 드물고 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허리를 최대한 쉬게 한 다음 월요일에 한 번 더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 와드를 측정하려 했으나, 오늘 박스에 들렀을 때 코치님과 다른 회원분들이 측정을 하시는다는 이야기에 나도 각오를 다잡았다. 지금이 아니면 분명 후회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오늘 허리가 조금 아프더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
2.
토요일의 와드는 다음과 같다. 금요일에 했던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 두 번째 와드와 동일하다.
Crossfit Games Open 22.2
1-2-3-4-5-6-7-8-9-10-9-8-7-6-5-4-3-2-1
Deadlift 225lbs
Bar Facing Burpee
Time cap : 10min
금요일의 실망스러운 기록을 교훈 삼아, 오늘은 데드리프트를 무조건 여러 개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 버피 테스트야 그냥 방법이 따로 없다. 열심히 쉬는 시간 없이 하는 거고, 다만 호흡이 너무 털리지 않게끔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하기로 했다. 이렇게 계획을 짜기는 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크로스핏이라, 최대한 준비를 했다.
카페인을 보충하기 위해 커피도 마시고, 한 시간 가까이 허리랑 몸을 최대한 풀어두었다. 이제 남은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 측정에 앞서서 다른 회원분이 먼저 시작하셔서 지켜봤는데, 이전 기록보다 훨씬 잘 나오셔서 더욱더 긴장이 됐다. 과연 나는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욕심을 내지 말고, 그냥 이전 기록보다 하나라도 더 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코치님 옆에서 코치님만 잘 따라가자 싶었다. 마침내 와드가 시작하고, 데드리프트를 최대한 한 번에 끝내서 8개까지는 한 번에 끝냈다. 9개부터는 6개, 3개 끊어서 갔고 10개도 6개, 4개로 끊어서 갔다. 확실히 첫 번째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남은듯했다. 하지만 이미 데드리프트를 들 때마다 부하가 상당해서 간신히 두 번째 9개를 끝내고 8개째 데드리프트를 5개 한 시점에서 10분이 끝났다.
이전보다 어떻게든 기록을 늘려서 기분이 좋았으나, 측정이 끝나고 매니저님이 데드리프트가 전부 노렙이라고 이야기해 주셔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무릎을 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무릎을 편 게 아니라 골반만 폈던 것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만약 오늘 하지 않았다면 무릎을 펴지 않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테고, 데드리프트를 한 번에 얼마나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3.
그러니 오늘의 시도는 정말이지 의미가 있었다. 도저히 잘할 것 같지 않았던 와드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록을 늘릴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렙 기준을 충족하려면 자세를 고쳐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인생에 대해서도, 운동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후회 없이 살려면 일단 시도부터 하고 보자. 하기도 전에 포기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니.
나이키가 내건 'Just Do it'라는 슬로건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일단 하자. 그러면 알게 되는 것이 있겠지. 머리를 쓰는 건 행동한 다음이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 오늘도 Just do it.
4.
오늘의 결론
1. 시도는 언제나 옳다.
2.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