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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14. 2022

슬럼프

2022년 3월 11일 금요일(613일째, D+897)

1.

이제 크로스핏을 시작한 것도 2년이 넘었다. 2년 내내 항상 잘했던 건 아니다. 이상하리만치 힘들었던 순간도 있고, 실력이 늘지 않아서 정체된 순간도 있었다. 요즈음이 딱 후자에 해당하는 시기인 듯하다. 박스에 다니시는 다른 회원분들은 빠르게 성장하시는 것 같은데 그에 반해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있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듯한 느낌.


운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취미에 불과하지만 기록이 나오질 않으니 왜 이리 속상한지. 심지어 요즈음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을 하고 있다 보니 더 비교가 돼서 그런가 보다. 예전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솔로 랭크를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 자신이 생각 이상의 경쟁심이 심한 타입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벌써 2022 크로스핏 게임즈 마지막 와드. 지난 두 번째 와드가 너무 기대 이하였던 지라, 이번만큼은 꼭 완주를 하고 싶었으나... 정말 슬럼프가 찾아왔는지 어림도 없었다.


2.

크로스핏 게임즈 마지막 와드는 다음과 같다.


Crossfit Games 22.3


For time : 210(노렙 제외 205)


21 Pull up

42 Double Under

21 Thruster 95lbs

18 C2B

36 Double Under

18 Thruster 115lbs

15 Bar Muscle up

30 Double Under

15 Thruster 135lbs




와드가 공개되기 전에 모두가 예상했듯이 짐네스틱 동작이 나왔고, 줄넘기까지 포함되었다. 크로스핏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쓰러스터와 철봉 동작을 보고 대번에 프란(Fran)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더블 언더가 곁들여지고, 철봉 동작이 순차적으로 어려워지는 데다가 바벨 무게까지 늘어나는, 매니저님의 표현을 빌리면 그야말로 크로스핏스러운 와드가 나왔다.


그래도 비슷한 와드를 완주했던 적이 있어서 이것도 충분히 완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바 머슬업에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끝끝내 완주하지 못했다. 거기다 마지막 135lbs 쓰러스터는 제대로 렙 동작이 나오지 않아서 노렙까지. 기껏 열심히 운동을 해놓고도 몹시 실망스러웠다. 이게 이렇게 실망스러울 일인가 싶지만. 뭔가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3.

그냥 슬럼픈가 보다 넘기고 싶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하겠는가. 그래도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너무 마음을 쓰지 않아야겠다. 이미 22.2에서 실망을 크게 했던지라 22.3은 오히려 실망이 좀 덜하다고 해야 하나. 실망스러운 건 매한가지지만, 내가 실망한다고 과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실력이 늘지도 않으니.


4.

오늘의 결론

1.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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