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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14. 2022

화내도 바뀌는 건 없다

2022년 3월 10일 목요일(612일째, D+896)

1.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 감정이 자기 자신이라고 여길 때가 있지만, 감정 그 자체는 결코 우리 자신이 아니다. 불교에서나 할 법한 소리가 뭔가 싶겠지만, 우리 삶을 관통하는 진실이라 할 수 있겠다. 크로스핏에서도 자신에게 실망할 일이나 화날 일이 많다. 정말이지 별 게 아닌 일에 사람이 이렇게 화가 날 수 있구나 싶으니까.


2. 

목요일은 모처럼 두 타임 모두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게 되었다. 여자친구도 이제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라 웬만한 동작들은 모두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녀 혼성이었지만 같은 타임에 운동하던 분들 중에서 꽤나 빠르게 끝냈다.


Team of 2


for time of : 


100 Bar touch Burpee

1000m Rowing

30m Sled Push

30m Sled Pull

400m Run

1000m Rowing

500m Bike


*순서 상관 없이 진행










적혀진 순서대로 수행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나누어도 상관 없었기 때문에 먼저 바이크를 후딱 타고 난 다음에 곧장 로잉 2000m를 한 번에 끝내고 남은 운동들도 차례로 끝냈다. 그나마 힘든 게 슬레드를 밀거나 당기는 것이었는데 30m 밖에 되지 않아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바로 다음 와드.


"Flight Simulator"


For time : 29:20


5-10-15-20-25-30-35-40-45-50-45-40-35-30-25-20-15-10-5


unbroken Double uner


Time cap : 30min


and then


Annie

For time : 9:24

50-40-30-20-10

Air Squat

Sit up




바로 줄넘기였다. 고작해야 이단 줄넘기가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와드는 단 한 번도 걸려서는 안 된다. 걸리는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해야한다. 저번에도 한 번 이 와드를 하다가 마스크 가드를 찢어버릴 정도로 격분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럴 일 없이 걸리지 말고 깔끔하게 끝내자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내려가는 45회에서 3번 걸리면서 이번에도 기어코 20분을 넘기고 말았다. 그래도 지난 번처럼 격하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리 화낼 일도 아닐 뿐더러, 줄넘기를 열심히 연습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걸릴 때마다 굉장히 감정이 끓어오르기는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어차피 그 순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하물며 감정이라고 해서 영원하지 않다. 이렇게 오늘도 크로스핏에서 인생을 배운다.


3.

오늘의 교훈

1.감정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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