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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an 01. 2023

2022년을 떠나보내며

2022년 회고

연말에 회고록을 써보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 했었는데 실제로는 써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 써보면 좋을 것 같아 쓰기로 했다. 쓰다보면 여러 항목을 추가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부터 쓴다.


2022년에 있었던 일.

월별 회고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년 전체를 하나로 묶기에는 매달 다양한 일이 일어났고, 월별로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아무튼 2022년에 있었던 큼지막한 일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 2번의 퇴사와 이직.

2번의 퇴사가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2번의 이직을 했다. 4월말, 2년간 재직했던 첫번째 직장을 떠났다. 이직 자체는 올해초부터 준비했지만 퇴사 후 본격적으로 2개월 간 구직을 했다. 거의 60곳 넘게 지원을 했봤고 20곳 가까이 서류 통과 후 면접을 봤는데 실제로 합격했던 곳은 총 3곳. 그중에서 첫번째 직장과 같은 업종의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지난 11월 아무래도 마케팅 포지션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을 해오던 차, 결혼을 앞두고 직무를 바꿔보자는 결심을 했다.


첫번째 회사에서 이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사를 한 탓에, 구직을 준비한 5월과 6월 2달 동안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터라 이번에는 설령 이직을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는 게 맞다고 판단해 재직을 하면서 이직을 준비했다. 이곳저곳 넣어보는 것보다 지원한 곳들에만 최대한 집중했고 운이 따라줬는지 이직에 성공했다. 그렇게 2번째 퇴사와 이직을 하게 됐다. 업종은 여전히 같지만 포지션이 바뀌어서 알아가야할 것들이 늘었다. 아무래도 2023년에는 여러모로 정신이 없을 것 같다.


2. K-Box Rise(크로스핏 대회)

크로스핏 대회에 참여했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처럼 온라인 대회는 참여했지만 이정도 규모의 오프라인 대회를 참여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3년 정도의 경력에, 취미로만 해오던 운동이었지만 대회를 나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고 세상에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무작정 질투하고, 스스로를 깎아내기리기보다는 내가 이 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 꾸준히 해보자고 마음 먹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 운동을 잘하고 싶기도 하지만, 땀 흘리는 순간이 좋을 뿐이다. 적당한 향상심과 더불어 내 몸을 잘 다룰 수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앞으로도 크로스핏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3. 운전면허

첫 번째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하루 웬종일 이직 준비만 할 수는 없어서 뭔가 하나 더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30년 동안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실내운전연습장에서 약 1달 동안 매일같이 맹훈련을 한 끝에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따는 데에 성공했다. 실내연습장에서만 운전을 해왔던 터라 실제 운전은 좀 달라서, 기능 훈련과 도로 주행 모두 1번씩 떨어졌지만 다행히도 모두 2번째에 통과했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 부모님과 주변에서 그렇게 운전면허를 미리 따두라고 성화였지만, 나는 내가 한 평생 운전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으며 그리고 사람은 하려고 마음 먹으면 어떻게든 된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다. 운전면허를 따자고 결심한 그날에 집 근처의 도로교통공사로 찾아가 필기시험 보고 당일날 합격하고 실내운전연습장에 등록을 했으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괜한 것이 아니다. 물론 운도 좋았다. 때마침 퇴사를 해서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고 퇴직금 덕분에 자금도 여유가 있어서 운전면허취득에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을 무리 없이 낼 수 있었으니까.


4. 이사

2015년 9월 즈음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7년을 살아왔던 자취방을 나와 이사를 했다. 결혼을 앞두고 아내와 집을 합쳤다. 이사를 하면서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무사히 잘 끝냈지만 책을 꽤 많이 잃어버려서 슬프기도 했다. 제대로 읽어두기라도 했으면 덜 아까웠을텐데 읽지도 못하고 사둔 책들이 꽤 많아서 여즉 책장만 보면 그 때 잃어버린 책들이 떠오를 정도다.


다음 번에 이사를 할 때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5. 결혼

결혼을 했다. 2020년에 만나기 시작해 2년이 넘는 기간동안 만났는데, 이 사람과는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같이 운명적인 장면은 딱히 없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어쩌면 이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과 만나면서 누군가와 만난다는 일이 가지는 기쁨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운이 참 많이 따라줬다. 무사히 결혼식을 끝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내게 펼쳐질 새로운 국면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실 당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결혼 이후에 다가올 변화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2022년의 기록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한 기록. 무작정 기록만 하기보다는 기록해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일종의 메타기록이 필요할 것 같았다. 2022년이 끝난 지금이 적기인 듯해 이렇게 기재한다.


1. 크로스핏: 263일

이렇게 보니 2021년은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구나 싶다

2022년 1월 1일 크로스핏 558일차였고, 2022년 12월 31일 마지막날 820일차를 기록했다. 1년 365일 중 총 263일을 크로스핏과 함께 했다. 별도로 기록했지만 운동을 한 날들도 포함하면 273일이었지만, 순수 크로스핏만 따지기로 했다. 1년에 일요일이 52일에서 53일이니까 휴일까지 제외하면 피치 못해 쉬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운동을 한 셈이다.


운동을 며칠했냐보다 어떻게 했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운동하는 습관을 꼭 만들고 싶었던 터라 하루하루 운동한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쌓이는 걸 보니 하루하루 쌓아나가는 게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별 거 아닌 하루가 나를 만든다는 말을 되새긴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꾸준히 그리고 올해보다 더 잘하고 싶다.


대회는 아마 나가기 쉽지 않겠지만, 대회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크로스핏 기준이라면 스내치 200lbs를 넘겨보는 게 목표다. 그리고 항상 머릿속에만 있는데 플란체를 꼭 성공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로스핏만 할 게 아니라 플란체를 위한 훈련을 해야할텐데 고민이 좀 필요한 부분이다.


2. 글쓰기: 51개

삶의 위기 같은 게 느껴질 때면 불안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해왔다. 햄스터도 불안할 때면 쳇바퀴 위를 미친듯이 달린다는데 나에게 글쓰기란 햄스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같이 글을 쓰다가도 잠시 불안이 잦아들면 이내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또 한 번 불안이 찾아오면 글쓰기에 돌아오는 반복이다.


글쓰기를 도피가 아니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참 부던히도 노력했는데 하루에 한 편 글을 쓴다든지, 주제를 크로스핏으로 정해놓고 쓴다든지 하는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없다는 둥, 피곤하다는 둥 쓰지 않기 시작하면 또 한참을 쓰지 않아서 습관을 만든다는 게 이다지도 어렵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다.


물론 글쓰기는 지친 일상 끝에 찾아오는 휴식 같은 게 아니라, 지금 나의 생각와 감정을 활자로 다듬어내는 과정이기에 하루 일과를 끝내고 쉬어도 모자랄 마당에 정신적 과부화를 일으키는 모양새여서 더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도 나는 글을 계속 쓰고 싶고, 2022년에은 약 51개의 글을 썼다. 약 51개라고 말하는 이유는 네이버 블로그 데이터의 통계는 올해 내가 쓴 글이 53편이라는데 아무리 다시 세어봐도 2022년의 글은 51개라서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쓰다만 글도 포함을 시켜주는 건가 싶은데, 그렇게 따지면 51개를 넘어야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디 별도로 또 백업을 해두면서 몇 개나 썼는지 집계를 해봐야하는 건가 싶다. 여하튼, 2023년에는 1주에 1개 주기로 글을 쓰면 좋지 않을까하고 내심 다짐해본다.


3. 각종 감상

1) 독서: 21권

2022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게 독서였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같은 건 하기 싫었는데 기록을 시작한 2019년부터 지금까지 4년 중에 가장 적은 책을 읽은 해였다. 결혼과 이직으로 정신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2021년부터 거의 2019년의 독서량에 비해 절반이 줄었는데, 몇 권을 읽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로 보여서 경각심을 가지기로 했다.


2022년 가장 좋았던 소설은 눈물을 마시는 새였다. 이영도 작가의 소설은 해당 시리즈만 제외하고 거의 다 읽었는데, 어쩐지 눈물을 마시는 새만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대학교를 다니던 때에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한다기에 읽어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상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활자로 구성된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내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더욱이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에서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한 게임의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 때 느꼈던 전율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였다. 대체 이들이 어떻게 그 방대한 세계를 구성해낼지.


아쉽게도 비문학은 딱히 없었다. 책 자체를 워낙 적게 읽기도 했거니와 대부분 올해 초나 중반에 읽어서, 마땅히 더오르는게 없다. 2023년에는 좀 더 부지런히 읽어보면 좋겠다.


2) 영화: 50편

50편의 영화를 봤다. 2022년 올해의 영화를 꼽으라면 헤어질 결심을 꼽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띄엄띄엄 봤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을 더하기 싫지만, 좋은 영화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어떤 장르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한 나의 선입견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는 영화를 만났을 때는 대단히 놀랍기 그지없다.



헤어질 결심은 보는 내내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로맨스 영화에 대한 나의 경험칙이라는 게 얼마나 얄팍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애초에 어떤 장르로 작품을 규정한다는 게 무척이나 폭력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해보자고 다짐한다.


3) 드라마: 7개 시리즈

굳이 드라마를 분리한 까닭은, 같은 영상물이라도 제작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잘 챙겨보진 않는데, 넷플릭스 때문에 보게 되긴했다. 그리고 정작 완주를 다 못한 경우도 워낙 많아서 드라마는 따로 기재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본 것은 본 것이고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기록하기로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D.P다. 여러 좋은 드라마가 있었고, 재미있게 봤지만 가장 울림이 있었던 드라마였다.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가 군대라는 공간을 거치게 되어있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이란 저마다 다를 것이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떤 이는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할테고, 어떤 이는 그동안의 삶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로 전역할 수도 있다.



어떤 경험을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곧 군대라는 곳의 문제와도 이어지는데 여러모로 D.P는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도식을 넘어서서 이야기를 통해 군대라는 곳의 문제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좋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구교환 배우와 조현철 배우의 연기는 영화에서 연기가 단순히 이야기를 드러내는 수단 이상의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걸 느꼈다.


4) 애니메이션: 11개 시리즈

언젠가부터 애니메이션을 거의 보지 않게 되었는데, 신작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것이나 이미 이전에 봤던 것을 재탕하는 수준이다. 20분짜리 영상을 적게는 12화에서 많게는 24화까지 봐야하니 시간적인 부담이 커서인데, 그래도 관심이 가는 작품은 보게 마련이다. 특히나 보기 잘했다고 생각한 작품은 사이버 펑크: 엣지러너다.



사이버 펑크야 위쳐3로 유명한 CDPR의 PC게임으로 잘 알려져있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놓은 마케팅에 반비례한 게임 퀄리티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지만, 게임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던 모양인데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아서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추천을 받아 보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내가 정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회사의 작품이지 뭔가.


그리고 이야기도 정말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는데, 여기에 대해 글을 쓰자고 결심만 하는 사이 2022년이 지나가버렸다. 감상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정말 쓰긴 써야할텐데 아무튼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애니메이션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꿈과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도 인간은 살아있고, 욕망밖에 없는 세계에서 삶의 의미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사는 것에 있다는 것.


2023년을 앞두고.

이 외에도 내년부터는 만화나 웹툰, 그리고 게임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기록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기록을 하는 목적이 있어야할텐데 단순히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뭔가 이유를 고민해봐도 좋겠다. 가끔 기록을 하다보면 기록을 하기 위한 기록에 천착할 때가 있는데, 기록 자체도 의미는 있지만, 그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고 2023년에는 새로운 회사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들을 하나씩 세우려고 한다. 열심히 살기도 좋지만 그런 종류의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실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보고 싶다.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하나하나씩 이루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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