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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an 05. 2023

부끄러운 글쓰기

[오늘한편] 2023.1.4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나의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는 보잘것없어서, 글을 쓸 때면 항상 민망한 기분이 든다.


특히나 문장의 경우라면, 나는 말할 것이 없다. 내 스스로도 알고 있는 문제다. 한껏 꾸미려고 들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조야하기 그지없는 문장. 사고가 깊지 않아서일까, 학문이 모자라서일까. 두 가지 다 이유일 수도 있겠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을 살펴보곤 하는데,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괜스레 점잔을 빼느라 문장이 더 기름졌다는 정도다.


문장이 사람을 닮는다면, 나의 삶이 좀 더 당당해졌을 때 문장도 그에 맞게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나의 삶은 자부심으로 넘쳐흐르지는 않은 상태고, 오히려 뻔뻔해지기만 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문장은 여전히 어디에 내보이기 부끄럽다.


점점 더 남의 글을 읽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인가보다. 책은 읽지만, 블로그나 개인이 쓴 글은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괜한 질투심이나 시기로 내 감정을 낭비할까봐서. 예전에는 영향을 받을까봐 피해다녔는데, 지금은 다른 이유로 흐린 눈을 한 채, 못본 척하고 있다.


무언가에 대한 감상을 남길 때조차도 아쉬움이 크다. 고작해야 이런 글을 쓰려고 그렇게 시간을 들였나, 기왕 쓸 거라면 좀 더 분명하게, 의미있게 쓸 수는 없었나. 무작정 쓰지는 말자. 그럼에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쓰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오늘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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