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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Oct 18. 2022

나답게 산다는 것

[오늘한편] 간단하게 살기

언제나 간단해 보이는 일이 가장 어렵다.


한 주에 1편의 글을 쓰는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이버 주간일기 챌린지를 참여한다는 의미가 컸는데, 글을 쓰는 날짜를 일요일로 정해둔 것까지는 좋았으나 어쩌다 일정 있어서 깜빡하거나, 여유가 있는 날도 자정을 넘겨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수를 쓰더라도 챌린지 보상을 받을 방법은 사라진 셈이다. 그건 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으므로, 오래간만에 글을 쓰기로 했다. 간단한 줄 알았던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


참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한 일인데, 왜 어떤 종류의 일들은 그렇게도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까. 


직장 생활과 결혼, 그리고 인간관계.


사실 앞선 세 가지 모두 그냥 '사람 사는 일' 정도로 축약할 수 있을 듯한데, 내 앞에 놓여있는 이 세 가지 일들은 엄밀히 말해서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것들을 앞둔 상황에서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렵다고 할만한 일은 또 아니다. 


가령 결혼을 앞둔 지금, 이제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직접 만나서 얼굴도 보고 청첩장을 줄 수 있으면 그만이고 못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락이라도 한 마디 돌리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은연중에 알고 지낸 모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코빼기도 얼굴을 비추지 않다가 이제사 결혼한답시고 메신저로 안부나 몇 마디 던지는 흔하디 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연락 자체를 하지 않으면 행여나 그 사람이 서운하진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면서, 그래도 준다면 만나서 줘야 하는 게 아닌가 답도 나오지 않을 염려에 빠져 정작 연락은 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일이 어려웠다. 사람을 챙기는 것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어찌나 어려운지. 아니, 모두가 어려워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유독 이런 일을 앞에 두면 가슴이 죄어오면서 답답해진다. 사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이것보다 쉬운 일도 없다. 마음이 가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되고 마음이 가면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 신경 쓰이니까, 그걸 의식하느라 정작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놓치고 만다.


그렇다고 내 욕심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가? 그럴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걸 다 챙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그걸 인정하기 싫으니 지금처럼 괜한 푸념이나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자꾸만 어렵다. 어렵다고 중얼거리면서. 글을 쓰는 것조차도 도망가는 일로 느껴진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연락처를 찾아서 사람들에게 한 마디라도 먼저 던지는 것이다.


그 간단한 일을 앞두고 언제나 어렵다고 되뇌는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나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일까. 남들이 한다고 내가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남들이 했다고 해서 그게 정답도 아닌데. 사람 사는 데에 다 규칙이 있고,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은 있겠지만 그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고 내 삶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아니, 조금쯤은 무너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


이 간단한 답을 내어놓기 위해서 또 이 새벽에 그렇게 고민하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따위의 형이상학적 고민들로 도피할 필요까지도 없을 것이다. 오늘만 해도 나를 둘러싼 문제들에 짓눌려 잠시 마음이 무거웠는데,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청첩장을 편지봉투에 집어 넣고 운동을 끝내고나니 한결 편해졌다. 그렇다, 삶은 어려운 듯 보이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그냥 마음 먹기 나름인 것이다. 물론 어려운 건 사실이긴 하지만, 어쩌면 너무 겁을 집어먹은 것인지도 모르고.


더 단순하고, 더 간단하게 살자. 그러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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