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에 남기는 짧은 글.
머리가 복잡한 5월.
담박한 글로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싶어서 키보드 앞에 앉았다.
30분 남짓 글을 쓰다가, 메모장에 옮겨두고 모조리 지웠다.
그리고 이번주 목요일에 있었던 일을 쓰자고 마음 먹었다.
이번 주 목요일엔 퇴근 후 술자리에 갈 일이 있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새벽이 다 되도록 술을 마시다가 간신히 집에 돌아갔다.
그러고 금요일 하루 종일 숙취로 고생했다.
계획에도 없던 연차를 냈고, 하루종일 잤다.
잠깐 화장실을 가느라 일어난 걸 제외하면 24시간 동안 누웠있었다.
과음은 20대 후반이 되고 나서 생긴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다.
평소에는 술을 마시지도 않다가 어쩌다 술을 마시게 될 일이 있으면 다음날 하루 종일 고생할만큼 흠뻑 취하고야 만다.
그 자리의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술에 취했을 때 그 기분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다음 번에는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도 번번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절제를 못할만큼 술을 마셨다는 사실 자체도 싫고,
술자리에서 한껏 흥이 올라있었을 스스로의 모습도 싫다.
나는 흥청망청 취한 자신의 모습이 광대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괜히 더 과장된 말투와 행동을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술을 안 마셔야지 뭐 별 수 없다.
이러고 또 마시면 어쩔 셈인가. 어떻게든 조절할 방법을 찾아야지.
스스로의 주량을 모른다는 건 정말이지 불행한 일이다.
나는 서른을 넘겨서도 아직 내 주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사람일 뿐이다.
한편으론 술 때문에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했다는 게 너무 속상해서,
인생 모든 게 다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을 이겨내고 싶어서다.
나는 때때로 삶의 어딘가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키보드 앞에 선다.
오늘도 그 기분에 취해서 무슨 이상한 글을 썼다가,
그냥 고해성사처럼 술을 마시고 망나니처럼 굴었노라고 고백하기로 했다.
적당히 마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