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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02.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5.2

36. 인스턴트 라면



저는 면요리를 좋아합니다.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긴 해도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국물과 삶는 정도와 요리법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면발에 그 자체로도 먹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형형색색 다채로운 고명까지. 한 그릇에 불과하지만 그 위에 펼쳐진 맛의 향연은 그 어떤 맛난 요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면요리를 예찬했지만, 요샌 밥을 먹어야 뭘 먹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예전만큼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어째서 부모님이 밥을 꼭 챙겨 먹으라고 하셨는지 그 의미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면류에 대한 애정은 여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면을 먹게 됩니다. 면류라 하면 너무나 종류가 다양한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건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한국에서 발매된 봉지 라면만 해도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죠.


많은 분들이 일용할 한 끼로, 혹은 간식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즐겨먹으실 겁니다. 저만 해도 대학교 2학년 때 라면을 너무 자주 먹어서 건강을 망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군대 전역 후 자취를 시작하고부터 웬만해선 먹지 않으려 했습니다. 간편한 데다 맛있기까지 하니 주식으로 삼긴 딱이었지만 그랬다간 또 한 번 건강을 해칠 것 같았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끊을 순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신제품이 나왔다거나 라면이 정말 먹고 싶은 날에만 딱 한 봉지를 사 와서 먹곤 했죠. 그 맛은 참 각별하죠. 김치나 찬밥 같이 곁들여 먹을 만한 게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라면 한 그릇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되니까요. 출출할 때도 딱입니다. 건강이 염려되긴 해도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면 그 포만감은 이루 비할 데 없이 만족스럽지요.


선호하는 브랜드는 딱히 없습니다. 어렸을 때는 농심 신라면을 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한 제품을 고집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양하게 먹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요. 거기다 광고로만 접하던 신제품을 사 와서 직접 먹어볼 때의 즐거움은 소소하지만 일상에 활력이 되어줍니다. 불닭볶음면 열풍이 불던 당시 여러 타입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을 때도 하나씩 먹어봤죠. 매운 걸 엄청 좋아하진 않아서 다시 먹어보진 않겠지만 마라 풍이건 짜장이건 매운맛과 꽤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먹었던 건 신라면 건면이었군요. 양이 너무 적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면의 식감이나 국물이 맛있더군요. 


요리 방법도 이야기해볼까요? 즉석 라면이 아무리 간단하다지만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물은 얼마나 넣을 건지, 스프부터 넣는지 면부터 넣는지 같은 들이죠. 저는 눈대중으로 가늠하다가 한 달 전부터 계량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500ml만 받아 가스레인지에 올립니다. 물이 끓기 전에 수프를 미리 넣고, 팔팔 끓는다 싶으면 면을 넣고 익어갈 즈음에 한 번씩 면을 끄집어냅니다. 너무 오래 끓이지도 않고, 국물 표면에 기름기가 돈다 싶으면 꺼내서 먹지요. 막바지에 참기름을 조금 넣거나, 파를 썰어넣기도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의 비법이 있으실 겁니다. 어떤 것들일지 궁금하군요. 맛내기 방법이야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지만 그 방식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독특한 배경이 있으니까요.


어제도 라면을 먹었고, 오늘도 저녁에 일본 라멘을 먹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도 않고 자꾸만 찾게 됩니다. 팔팔 끓인 라면은 그 냄새를 맡은 사람이 제아무리 배가 불러도 괜히 한 입 먹게 만들죠. 냄비 채로 칼칼한 국물을 한 모금 맛보고 김을 불어가며 꼬들꼬들한 면발을 넘기면, 크, 상상만 해도 침이 넘어갑니다. 벌써 9시가 다 되어가는데, 부디 식사는 하셨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식사를 하지 않으셨거나 마침 배가 고프시다면 라면 한 그릇 어떠신가요? 직접 끓이셔도 좋고 컵라면이라도 좋으니 라면 한 그릇에 오늘 하루도 잘 넘기시고 부디 내일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직접 끓여먹은 라면. 마침 즉석밥이 있어 한 끼 식사론 딱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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