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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10.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5.10

38. 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계를 봅니다. 오후 5시 3분. 5월 10일도 7시간 후면 끝이 나는군요. 자정을 기준으로 삼아 계산하고 보니 오늘 하루도 벌써 마무리된 느낌이지만, 오후 5시면 한참 활동할 시간이고 그에 덧붙여 금요일은 사람들과 만나 밤늦게 깨어있기도 하니 기실 늦은 시간이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피곤한지 이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만 싶은 심정입니다. 필사적으로 유혹을 참아가며 키보드 앞에 앉아있지만 이 순간마저 이래저래 고단합니다. 어떻게든 밤에 잠들어야 생활패턴을 지킬 수 있으니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듯합니다. 그런고로 오늘 글은 피로에 관해서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유명했던 짤방. 정말 피곤해보입니다.


잠에 대해서 썼을 때 혹은 밤샘이나 커피에 관한 글에서 밝혔겠지만 저는 잠이 많은 데다가 자주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체력이 없는 건 아닌 듯한데, 이상할 만큼 잦은 빈도로 피로에 시달립니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네요. 종합비타민이나 밀크시슬 같은 간장약을 챙겨 먹은 효과가 있나 봅니다. 그래도 한 번씩은 남들이 멀쩡히 깨어있을 시간에, 저만 피곤해하니 체력 부족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한참 운동을 다녔을 때도 피곤해했으니, 체력이 아닌 것도 같고. 대체 뭐가 문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남들보다 훨씬 더 피로를 느낀다는 점이죠.


혹시나 신체에 문제가 있어 피로를 느끼는 거라면 큰일이겠지만, 아마 그런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한 건 장점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렇다고 또 엄청나게 건강하건 아니지만 잔병치레도 하지 않았고 지금 당장 크게 아픈 곳도 없으니 신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 혹은 체질의 문제가 아닐지 추측해봅니다. 고3 때는 억지로라도 깨어있으려 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가면서까지 깨어있었는데 3개월 남짓 유지하는 게 전부였지요. 그렇게 잠을 줄여가며 공부했던 3개월 때문에 보상심리가 생겨서 피곤하면 지체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게 됐나 봅니다.


에너지 드링크나 커피, 혹은 피로회복제까지 무엇이 되었든 깨어있기 위한 수단들을 총동원해도 피곤하면 기어코 잠듭니다. 이렇게나 피로를 느끼는 건 그렇게까지 즐거운 일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인생을 반추해보면, 재미있던 적도 있지만 지루했던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삶의 매순간이 스펙타클일 수는 없습니다. 많은 창작물에서 묘사되는 인물의 삶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거나 혹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즐거운 일이 딱히 없어도 살아야하고, 오히려 더욱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기대하기에, 그 기대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체념했기에 지루하고 또 피로한 것이겠죠.


고작해야 피로에 거창한 이유를 갖다붙이고 싶진 않지만, 삶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보면 그럴싸해 보입니다. 어차피 한 번 산다면, 좀 더 재미있게 사는 쪽이 훨씬 나으니까요. 아니, 재미있지는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활기차게 살고 싶다 해야할까, 아니면 지루한 순간마저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야할까. 그렇습니다. 벌써 1시간이나 지났네요. 이제 좀 더 버티면 오늘도 푹 잠들 수 있겠네요. 백수인 저도 이렇게 피곤한데,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얼마나 피곤하실지. 그래도 금요일입니다. 내일도 일이 있다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주말이 다가왔네요. 부디 주말동안은 일주일의 피로를 잘 푸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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