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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16. 2019

축제라는 비일상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5월 16일, 마흔네 번째 글.



사진으로는 현장의 분위기가 채 담기지 않아 아쉽습니다.


대학교의 축제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경희대도 지난 화요일인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17일까지 총 4일 여정으로 축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찌나 북적이는지 요 며칠은 제가 사는 원룸까지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선 김에 축제 구경이나 하자 싶어 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축제가 진행 중인 노천극장에 가까워질수록 소리 역시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더니 그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해진 곳까지 다다르자 눈앞에 펼쳐진 건 어마어마한 인파였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들.

평소에도 강의를 듣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로 붐비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캠퍼스를 채우고 있는 건 참말이지 생경하더군요. 그야말로 인산인해라 할만했지요. 외부에서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로 북적한 캠퍼스를 보자 축제란 이런 거였구나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호객이 한창인 푸드트럭과 부스마다 왁자지껄 대화하는 이들과 지나가는 이들의 들뜬 얼굴을 보고 있자니 흥겹기도 했지만, 어딘가 낯선 기분에 한 바퀴만 죽 돌아보고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학교를 다니던 때도 축제는 남의 일처럼 느껴져 제대로 즐겼던 적이 없습니다. 마음 한 편이 술렁거리는 걸 애써 무시하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좋아했던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남아있었던 때와 선배들과 함께 술을 마셨던 게 축제에 대한 기억의 전부군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 더 컸습니다. 이것은 내가 즐길만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말로는 어째 설명하기 어렵군요.


갑갑했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오면 무언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던 20대 초의 저에게 대학교란 공간은 의무교육의 연장이라 느껴졌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고, 축제도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는 내 마음을 다 내어놓지 못했거나 축제의 일원으로서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지 뒤늦게 생각해봅니다. 이러나저러나 늦은 건 사실이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별반 다를 건 없을 듯합니다.


이렇게 시끌벅적하다가도 내일 아침이면 활기가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텅 빈 교정과 정리되지 않은 부스의 모습은 어딘지 황량한 느낌만 줄 겁니다. 해가 저물어갈 즈음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사람들로 넘쳐나겠지요. 그렇게 축제가 끝이 나면 우리는 늘 그렇듯 일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모두가 그걸 반복하며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거겠죠. 비일상이 지나고간 자리에 남은 여운은 씁쓸하지만, 다음에 올 특별함에 기대감을 주기도 하니까요. 저는 그 빈 자리가 못내 두려워 차마 즐기지 못하고 그저 지나보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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