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필요한 우리들이 읽으면 좋을 책

루스 렌들, 『활자 잔혹극』

by YeonSun

화제의(???)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

'어떤, 책임' 이번 주제는 훌쩍 떠나고 싶은 모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방학이 필요한 우리들이 읽으면 좋을 책'!

방송 오늘, 7월 20일(금) 올라갔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활자 잔혹극』을 저는 세 번, 어쩌면 네 번 쯤 다시 읽었습니다.

진짜 읽을 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소설이에요. 강추!

http://www.podbbang.com/ch/15135

(팟빵에 댓글도... 언제나 부탁드립니다. 꾸벅)




주변에도 방학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체 설문조사를 좀 했고요.(웃음) 방학이 필요한데, 당신들은 어떤 책을 읽고 싶으냐 물었더니 높은 확률로 '재미있는 책'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럴 때는 스릴러가 단연 최고잖아요.


제가 소개할 책은 루스 렌들의 『활자 잔혹극』입니다. 제목 멋지죠? 이 책은 20년쯤 전에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한 번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여러 번 읽은 입장에서는, 『활자 잔혹극』이 훨씬 직관적이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고요. 글을 못 읽는 주인공 '유니스'가 어느 교양 넘치고 부유한 가정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유니스는 누구도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비밀로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아주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죠. 그런데 하필 그가 가정부가 된 집은 거실 벽 한쪽 전체가 책장이고요. 이 집의 가족들은 쉴 때면 늘 책을 봅니다. 유니스에게 책은 "알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평평한 상자와 다를 바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가족이 항상 책을 읽으니까 유니스는 이들이 "자신을 도발하려 책을 읽는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피해망상이 어마어마하죠. 그래서 결국, 이 가족을 살해합니다.


이게 스포일러 아니냐, 고 놀라실 분들이 있을 텐데. 첫문장이 압권입니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이 차갑고, 강렬한 시작! 결말을 알고서 읽는 스릴러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물론 있을 텐데요. 이 작품은 결말 자체만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읽는 내내 긴장감이 대단합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중간 중간 작가가 말을 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목소리들 있잖아요. 그게 계속 나와요. 특히 중후반부부터는 계속해서 "이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는 식인데요. 결과를 알면서도 아주 긴장되고, 걱정이 되고 그렇습니다. 한 장면을 읽어드릴게요. 이 가족이 살해당하는 그 날, 외출을 하는 장면을 그린 대목입니다.


그들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재클린은 크림 벨벳 드레스를 입었고, 멜린다는 반짝이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었다. 그들이 호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보기 좋은 가족이었다. 자일즈도 어쨌든 키가 크고 말라서 정장을 입고 있으니 여느때와는 달라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여드름도 평소처럼 심해보이지 않았다.
훗날 웨이터와 다른 손님들은 이 단란한 가족, 비운의 가족을 좀 더 자세히 봐 두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중략) 하지만 그때는 그들도 알 도리가 없었다.


따뜻하고 환상적인 장면이 금방 흑백사진처럼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이런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두었고요. 그때마다 느끼는 서늘함 때문에 책을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다시 읽는데도 얼마나 집중했는지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으니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더라고요.


작년에 출간된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라는 작품이 있어요. 2017년 저의 최고의 책 다섯 권 안에 드는 엄청난 책이었는데요. 설정이 비슷해서인지 그 책이 자꾸 생각났어요. 그 책도 가정부가 일하던 가정의 아이 둘을 살해하는데요. 그 이야기를 시작단계에서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거든요. 꽤 비슷해요. 또한 여성의 가사 노동에 대해서, 그리고 중산층의 스스로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내면의 그 허위, 가식 같은 심리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죠.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6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