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휴스, 『자메이카의 열풍』
팟캐스트 '책읽아웃',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 업데이트입니다.
안전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소개하지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안전해야 한다는 제 편견 탓이기도 했지요.
이 발견이 가능하게 한,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정말 멋진 문장이 콸콸콸 쏟아지는 소설이에요!
그리고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소설입니다. :)
방송은 5월 22일(금) 올라갔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135
읽는 동안 문자 그대로 일상 탈출을 했어요. 너무 강렬하고 충격적인 소설이었어요. 주인공이 어린이들인데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이야기고요. 저 역시 읽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웃음) 굵직한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뒷표지에 적힌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자메이카에 살고 있던 손턴 일가는 허리케인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후 아이들을 고국인 영국으로 돌려보낸다. 이들이 탄 배는 곧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 아이들은 인질로 잡혀가지만, 외려 변덕스럽고 철없는 행동으로 해적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데…”라는 줄거리를 보면 이야기가 상상 되잖아요? 그렇지만 분명히 말씀 드리면 이 책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소설이 아닙니다. 물론 어린이들의 모험이나 뜻밖의 신나는 사건도 많이 등장하지만요. 예측이 불가능한 전개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는 소설이었어요.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읽길 잘했다,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바로 그 점에서 커다란 매력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가 해적선에서 몇 개월을 지내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아주 복잡한 심정을 갖게 됐어요. 흔히 우리는 어린이를 평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귀엽고, 말썽꾸러기이지만 귀엽고요.(웃음) 사실 그건 큰 착각이기도 하죠. 어린이 역시 그 자체로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요. 또 어린이들의 잔인함을 우리는 알잖아요. 개미를 장난으로 밟아 죽이거나 또래집단에서 권력관계를 만드는 모습 같은 거요. 이 소설에는 무지해서 용감하고, 사소한 욕망과 어리석음도 갖고 있는, 생존을 위해서는 도덕의 경계를 넘기도 하는 어린이들이 등장하고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이에게 놀라는 게 아니라 내가 어린이를 얼마나 단편적으로 보고 있었나, 깊이 생각해보게 돼요.
192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 인종차별, 성차별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감안하고 보시면 정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나 거의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찰떡 같은 문장이 등장하는 엄청나게 멋있는 소설입니다. 풍경 묘사도 정말 좋아요.
바다는 수은으로 이루어진 매끄러운 초원 같았다. 너무 잔잔해서, 펠리컨 한 마리가 우연히 수면에 충돌하여 환상을 깰 때까지는 해안에 비친 그림자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분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