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후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Sun May 26. 2021

영상 대방출

특집 후추일기


내일이면 후추가 우리집에 온 지 꼭 두 달이 된다. 그동안 후추는 아기에서 어린이가 됐다. 불과 두 달 전인데 그때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앳된 얼굴과 아담한 몸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벌써 그립고, 성장한 모습이 무척이나 뿌듯하다. 


오늘은 후추일기 대신 나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는 후추 영상들.(시간 흐름대로)


1. 

후추는 물 한 모금도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마셨다. 그날은 그저 얘가 구석에 숨거나 울지 않아서 "오! 적응 잘한다!"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그 어린 아기가 무서움을 참고 물을 마시는 게 기특하고 짠하다. 

후추가 우리집에 온 첫 날


2. 

조심조심 집 근처 산책을 시작했을 때, 밖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걷기'보다는 '냄새맡기'였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는데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는 뒷다리가 포인트. 

산책 초보 시절 후추


3. 

산책이 아주 쪼-금 익숙해지자 후추는 그렇게 낙엽을 물고 다녔다. 방패라도 된다는 듯 멋진 낙엽을 찾아다니는 게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지금은 낙엽에 관심이 없다. 더 재미있는 게 많아졌겠지. 

낙엽 좋아 시절 후추


4.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지만 후추에게 바깥 세상은 무서운 게 너무 많고, 무서운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산책 공부를 위해 찾아본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그런 공간에 나랑 같이 앉아서 이곳이 괜찮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기에 어느 햇빛 좋은 날에 30분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벌렁거리는 코로 무서움을 이기는 후추를 보며 나도 용기를 얻었던 날.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아주 바쁜 귀와 코


5. 

한참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후추는 의외로 빨리 마음을 열었다. 내 옆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자는 게 고마워서 영상을 찍다가 조금 울컥했다. 

<네 꿈이 좋은 것이기를>을 쓰게 한 모습


6. 

인형을 가지고 폴짝폴짝 노는 후추를 우리집에서는 '통후추', 얌전하게 앉아서 조는 후추를 '순후추'라고 부른다. 이 통후추 영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 중 하나다. 혼자 장난감 갖고 노는 게 왜 계속 신기한지...? 

통후추


7. 

순후추 영상 중 제일 좋아하는 영상. 귀신 같이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를 찾아 눕는다. 후추 때문에라도 정남향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순후추


8. 

이제는 후추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도 있다. 여기는 그 중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 세 곳 중 한 곳. 다른 곳보다 훨씬 다양한 냄새가 나는 곳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 날은 개구진 표정을 하고 뒹굴기에 귀여워서 부랴부랴 영상을 찍고 보니 죽은 지렁이가 있었다...(눈물)

내 속도 모르고 행복한 후추


9. 

오늘 찍은 영상. 선물 받은 오리가 너무 좋고 너무 낯설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중. 

첫 번째 영상으로부터 두 달 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줘 후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