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영원일 줄 알았던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한단 걸 깨닫던 날,
처음은 아팠다.
아주 많이 울었고 상대를 탓하고 자신을 탓했다.
그 다음은 시렸다.
코 끝이 아렸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공허했다.
텅 빈 공간은 주로 바쁘게 사는 것으로 채웠다.
바쁘게 일을 하고 누군가와 웃고
술을 마시거나 음악을 들었다.
공허할 새 없이 쳇바퀴를 돌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대응기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꽤 잘 먹혔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렇듯 설렘은 불현듯 찾아오고
기대의 씨앗은 자신이 눈치채기도 전에 발아한다.
다만, 이 모든 감정들이 머무는 시간은 짧아지고
감정들의 폭은 눈에 띄게 좁아질 뿐이다.
단단해지는 건지 담담해지는 건지 헷갈릴 뿐이다.
슬픔을 씁쓸함이 덮어버릴 지경이 되면
어느 한 구석이 시리게 평화롭다.
사람은 여전히 나약하고 연약하며 용감해서
마음만큼은 몇 번이고 다치게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