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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Jul 20. 2022

시리게 평화로운

이별 후

영원일 줄 알았던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한단 걸 깨닫던 날,

처음은 아팠다.

아주 많이 울었고 상대를 탓하고 자신을 탓했다.

그 다음은 시렸다.

코 끝이 아렸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공허했다.

텅 빈 공간은 주로 바쁘게 사는 것으로 채웠다.

바쁘게 일을 하고 누군가와 웃고

술을 마시거나 음악을 들었다.

공허할 새 없이 쳇바퀴를 돌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대응기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꽤 잘 먹혔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렇듯 설렘은 불현듯 찾아오고

기대의 씨앗은 자신이 눈치채기도 전에 발아한다.

다만, 이 모든 감정들이 머무는 시간은 짧아지고

감정들의 폭은 눈에 띄게 좁아질 뿐이다.

단단해지는 건지 담담해지는 건지 헷갈릴 뿐이다.


슬픔을 씁쓸함이 덮어버릴 지경이 되면

어느 한 구석이 시리게 평화롭다.

사람은 여전히 나약하고 연약하며 용감해서

마음만큼은 몇 번이고 다치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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