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표식
사랑싹이 발아된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꽃이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 때,
몸 속이 꽃향기로 그득해진 때,
왈랑왈랑한 마음이 정점을 찍은 한 순간을 골라
주황빛의 깃발을 콕 꽂아둡니다.
나를 황홀경에 빠트리던 꽃향기에 무뎌지거나
눈물나게 마음을 적시던 사랑에 무던해지는 시기가 오면
그 깃발을 찾아 정점의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내게 온 사랑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얼마나 짙은 행복감에 젖었는지를
그 깃발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시금 느껴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몸이 기억하듯
사랑이 오간 순간은 마음이 기억합니다.
뜨거운 사랑의 온도를 잠시 잊을 때면
주황빛으로 물든 길을 돌아보세요.
그 온기를 기억한다면 사랑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