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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Oct 13. 2022

공활함 받아들이기

그저 있어도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도 있다.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하루의 끝자락마저 공활한 하루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가?

친구에게서 연락 한 통은 왔겠지,

화장실 한 번은 갔겠지, 물 한 모금은 마셨겠지,

하물며 어깨가 결려 스트레칭 한 번은 했겠지.


인간의 뇌는 선택적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하루종일 열심히 근무도 하고 사람도 만났음에도

뇌가 그것을 남겨둘만한 상황으로 인지하지 않는다면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된다.


이런 날의 내 뇌는 매너리즘에 빠져

연명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행위도

한 때는 고결했던 행위도 담지 않는다.


뇌가 거만해진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류의 거만함은 무기력증을 동반하고

무딤과 예민함이 질서없이 얽히어

과도한 중력에 온 몸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갈 잠시의 휴식인지

그로기 상태로의 시발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하지만 이 판단은 늘 다음날에야 내려진다.

그러므로 일단 오늘의 공활함을 받아들이자.

공활한 순간은 내일이면 채워진다.

일단은 그저 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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