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그때 그 시절에도 육아 프로그램이 유행이었더라면
조금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시절에도 가정 솔루션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멋진 부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랬더라면 그들의 자녀는 화목한 가족의 그늘 아래
날 세우지 않는 따스한 자식이 되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양심 예능을 보고 자란 어른들 모두가
멋진 중장년이 되는 데 실패한 것처럼.
가정을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성했했다 하더라도
자아인식 부재와 과도한 원초아만이 존재한 날들은
그날의 미래와 현재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으리라.
사랑은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사랑으로 가장한 의무감과 결속감,
그마저도 생의 무게에 짓이겨졌다.
사랑의 사명은 사람의 눈을 가리는 데까지다.
그 가리개가 사라진 후 사랑의 흔적을 어떻게 이을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부부는 좋든 싫든 선택해야 한다.
어떤 가정을 만들 것인가 고심해야 한다.
거창하게 빛나지 않더라도
의리와 의지로 결속된 부부가 될 것인지,
따스하고 유쾌한 부모가 될 것인지.
모쪼록 적게 아프고 많은 이가 평안한 결말을 맞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