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너는 고양이를 참 좋아했다.
우리 동네에는 유독 길고양이가 많았는데
어둑한 밤, 소리없이 나타나는 고양이들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질색팔색하는 나를 위해
하루 한 번은 고양이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와
야옹야옹대는 귀여운 영상들을 보여주곤 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나는
네가 고양이를 좋아한 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넌 그저 나를 좋아했던 거다.
네가 좋아하는 내가
이 동네를 조금이나마 더 편히 다녔으면 했던 거다.
너는 항상 나의 행복에
이렇게나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지금의 난
고양이의 지그시 감는 눈과
작고 세모난 코와
보들보들한 이마와
그 아래로 보이는 솜방망이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