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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05. 2022

너의 흔적

내게 남은

너는 고양이를 참 좋아했다.


우리 동네에는 유독 길고양이가 많았는데

어둑한 밤, 소리없이 나타나는 고양이들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질색팔색하는 나를 위해

하루 한 번은 고양이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와

야옹야옹대는 귀여운 영상들을 보여주곤 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나는

네가 고양이를 좋아한 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넌 그저 나를 좋아했던 거다.


네가 좋아하는 내가

이 동네를 조금이나마 더 편히 다녔으면 했던 거다.


너는 항상 나의 행복에

이렇게나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지금의 난

고양이의 지그시 감는 눈과

작고 세모난 코와

보들보들한 이마와

그 아래로 보이는 솜방망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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