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상상하다가 새로 시작하게 된 일
20대에는 30대의 나의 모습에 대해 상상하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막상 30대가 되자 40대, 50대보다는 그 이후,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의 일, 자산, 가족, 건강...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자 그 모습은 더욱 그려지지 않게 되었다.
'나는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까? 노후에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내가 계속해서 혼자 산다면? 외로움에 사무치게 될까? 의연하게 잘 살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희뿌연 미래가 막연하게 두려워지는 순간도 찾아왔다.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될까 봐, 그런데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봐'였다.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도 없게 되었는데 가진 돈은 떨어졌고, 주위에 도움을 줄 가족들과 친구들이 없다면... 내가 그런 모습이 된다면 어떻게 하지?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절실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
이 정도로 생각이 확장되면 오지도 않은 미래를 벌써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하며 생각을 의식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이 막연한 두려움을 잠재울 힌트를 얻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의 집을 치워주고, 고쳐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내용이었다. 카메라를 든 인터뷰어가 자원봉사자에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나요?'라고 묻자, 그 분은 '글쎄요. 저도 언젠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셨다. 이 대답이 왜 그리 와닿았는지... ‘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나의 깨달음이 그 봉사자의 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해한 바는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처럼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나에게 보은 하겠지라는 생각도 아니고, 착한 일을 하면 결국 내게 돌아올 거야라는 믿음도 아니었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있을 때 진심을 다해 남을 돕는다면,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의 선의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조금 더 떳떳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럴듯한 논리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삶을 산다면 나의 미래가 조금 덜 두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첫 회사를 다닐 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려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났다. 사회복지사로 커리어를 전향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관련 창업을 하고 싶은 아빠의 권유로 시작했다가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잠시 접어두었던 일이었다.
새로운 목표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취득 과정에 대해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 3월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1학기에는 6개의 과목을 들었고, 2학기에 3개 과목 수료와 현장실습을 마치면 내년 초에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실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에 도전하게 될지, 내가 가진 스킬을 접목해서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이 일이 앞으로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된다. 일단은 지난 3개월 동안 6과목을 수료한 나에게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