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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pitup Jul 29. 2024

과정을 즐기는 사람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정을 통과하며

사회복지를 공부하다 보면 연령대별로 이상적인 모습과 능력, 인간관계 따위를 제시해 주는 생애주기별 발달 과업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역시 사회 통념적인 정리일 뿐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인화된 과업 설정을 하고 이를 이루며 살아갈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설정한 과업, 원하는 삶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자유, 경제적 안정, 작업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충분히 느끼는 삶, 독립적인 어른...


눈 감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순간이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요즘의 나는 원하는 모습이 되는 과정 중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과정 중의 나는, 의욕이 넘치거나 작업이 잘 풀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가 할 수 있을까?' 자문자답하며 지낸다. 매 순간 나를 다독이며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또 하루가 끝나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그래도 이제 정신 건강이 회사 다닐 때보다는 나은...ㅎㅎ...


마음속 깊숙이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찾기 위해 방황하다 보면 수동적으로 살아온 과거, 그렇지만 그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했던 나를 떠올리게 된다. 안쓰럽기도, 한심하기도, 대단하기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도 깨닫는다. 스트레스와 부담을 잔뜩 떠안은 채로 지금 그만두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쌓아온 것들이 전부 사라져 0으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해낼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원했던 날들. 그 힘든 시간 속에서 힘든 결정을 하고 지금 나는 이 과정 속에 들어와 있다.


내가 설정한 과업을 대체 언제 성취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 과정은 어쩔 수 없는, 그렇지만 꼭 필요한 시간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이 시간을 감사히 여기고, 최대한 즐기는 것. 지난한 과정 속에서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승자'라고 되뇌어본다. 어느 순간 원하던 단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어도 또 금방 다른 과정이 시작될 것이란 것도 분명하기 때문에, 삶은 어차피 전체가 과정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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