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동경
이 달 초에는 소설가 김화진의 '동경'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2-30대 또래 여성의 시선에서 인간관계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보니 와닿는 내용이 많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공감 되어 저장해두었던 문장을 기록해 본다.
이런 순간으로 알게 되는 나의 변덕과 변화는 낯설다. 이제까지 내가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게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가는 것이다. 나는 나의 변화를 언제나 한발 늦게 알아차리고.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처지. 어쩌면 변한 나를 변한 지도 모르는 채로 대하며 평생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
나 역시 삶을 관통하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취향이 근 몇 년간 정말 종잡을 수 없이 변한 것 같다. 나에게 찾아온 변화를 마주하고, 이제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결심하고, 한편으로 나의 변덕에 혼자 질색하고... 9월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면서 이럴 거면 민아가 붙잡을 때 그냥 리페인팅 일을 하며 사진을 배울걸,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렇게 되지가 않았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리페인팅을 그만두던 마음을 떠올렸다. 머물던 자리를 벗어나 다른 일을 하고 싶던 마음을.
회사를 떠난 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버리고 온 것들이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그동안 대체 뭘 한 거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근데 뭐 어떡해, 씩씩하게 잘 살아서 이겨내야지. 다시 생각해 봐도 그때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낙천적인 소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 벗들의 사랑을 확신하고 나를 비난하는 자들에게도 생각을 감추지 말며,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벗들이 억측하지 않도록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불완전함과 불확실함, 배제되는 느낌을 견디는 일을 의미한다."
- 모야 사너, 어른 이후의 어른
어른이 되는 시간은 그런 걸로 잔뜩 채워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다리는 시간, 견디는 마음, 참는 눈빛. 삼키는 말. 모르는 척하는 시선. 아는 척하지 않고, 상대가 준 것까지만 받고, 상대가 모르게 더 받았어도 고마움을 견디고, 다른 것을 내밀고, 마침내 주고받고, 또 다른 우리가 된다.
어른 되는 거, 이거 정말 어려운 거잖아! (흑흑)
가까운 사이여도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해하고, 또다시 한번 모르는 척 다가서고... 변함 없을 줄 알았던 오래된 관계도 돌아보니 또 다른 양상이 되어있는 걸 보면 나이를 먹어도 관계는 참 어렵구나 느낀다. 그래서 오래될수록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2024년 9월을 정리하며... 요 며칠 힘들었던 몸과 마음은 접고 10월에는 새로운 페이지를 펼칠 수 있길 바란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사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