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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Kee Kim Jan 11. 2018

KeeStory#2 - 오르막을 위한 마지막

끝에는 항상 새로운 끝이 있다는 순간의 끄적임.

 시작이라는 웅장한 소리가 세상에 퍼지고, 각자의 마음에 울려퍼진다. 2글자 단어에 담긴 진동의 힘은 무엇보다도 강력할 것이고, 울림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강한 울림을 줄 것이다. 그러나, 시작함에 따르는 우리의 책임과 그것을 견뎌내야 하는 체력 그리고 끈기.


시작의 설레임과 소멸



[시작의 설레임, 하지만 그것의 소멸]

시작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시작의 설레임

 19세의 마지막 12월 31일, 주민등록증을 들고 기다리며 PC방 노래방 문앞에 있던 우리에겐 20대의 시작의 설레임이 가득차 있다. 이제 20살 되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도 생기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보이기도 한다(사실 관점에 따라 어른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중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생의 신분일 것이다. 필자 또한 대학생이라는 것에 대한 동경심과 기대감이 커다랐다. 푸른 잔디밭에서의 동그랗게 둘러앉아 멋있는 남자 선배, 이쁜 여자 선배 그리고 동기들과 끊이지 않는 단체 게임을 할 생각이 가득하다. 고등학교에서 가던 수학여행과는 느낌자체가 다른 OT와 MT속 장면의 상상의 나래가 켜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1달만 되도 사라지고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설레임이라는 것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사실, 필자에게 교육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소중하다. 교육을 통해 누군가의 정신적 육체적 발달의 변화가 '시작' 되기 때문이다(필자가 대학에서 교육학개론수업중 배웠던 교육에 대한 정의이다.). 즉,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루는 삶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육이 가지는 가치, 교육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고, 누가 교육이라는 것을 맡아야하는지에 대한 사안이 필자에게는 항상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혀있다. 위에서 말했듯, 교육은 시작을 알려주는 단어이다. 즉, 필자에게 교육은 '시작을 일깨워주는 것' 이라고 정의내려진다.


 우리나라에 지정되어있는 교육에서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등교육에서 많은이들이 좌절하곤 한다. 물론, 모든 이들은 아니지만 현실이라는 것에 슬퍼하고, 옆 사람을 보고 자신에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졌던 그 어린시절의 시작에 대한 설레임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 시작이라는 것에 대한 설레임을 찾을 수 없을까?



[15년전 새로운 시작]

꿈샘 16기, 꿈샘(문성환 선생님), 필자 청와대 견학
오르막의 시작은, 내리막의 기쁨


 사실, 필자의 생활에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고스란히 담겨져왔다. 그 분을 일컬어 '꿈샘'이라고 우리는 이야기한다. 꿈샘은 이중적 의미가 담겨있다. "꿈이 샘솟는 반", 그리고 "꿈쌤"이다. 꿈샘 선생님은 서울탑동초등학교에 계신 문성환선생님으로, 필자의 기억상 교사 임용 3년차부터 계속하여 6학년1반만 담당하시는 선생님이시다(현재는 꿈샘 18기, 필자는 꿈샘 4기). 참으로 무서웠던 선생님이시다. 그 때 당시에는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초능력자 같은 느낌이었다. 에어로켓, 물로켓, 홈페이지 만들기, 티볼(야구와 비슷한 것으로, 티를 세워놓고 배트로 고무공을 치는 야구)대회등을 우리와 함께 항상 해주셨던 선생님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는 활동은 1달에 1번 이루어지는 산행이었다. 산행이 무엇을 줄 수 있느냐? 3월에는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4월과 5월에는 1박2일 산행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6학년들이 자기 등만한 가방들을 짊어지곤 갔다.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작은, 3박4일 지리산 성삼재에서부터 천왕봉 그리고 하산에 이르는 대 장정이었다. 6학년 꼬맹이들 열댓명과, 30대초반 남자선생님 한명이 무리지어 지리산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의 체력훈련으로 이 산행을 준비하였다.(매일 아침숙제는 등교전 운동장 2바퀴, 방학때마다 2km달리기, 음악시간때는 방송실에서 음악을 틀고 운동장에서 사계를 들으며 축구하는 음악시간. 새로운 숙제와 수업들 아닌가?) 3박 4일간의 식량과 옷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출발한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종점지가 있다. 바로 천왕봉. 그것만을 보고 달려간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지리산과 약속을 해야한다. 수많은 오르막을 오르겠다는 약속. 얼마나 힘들겠는가, 저 아이들이 그 험난한 길을 올라갈 생각을 한다면. 모두가 지치고 헉헉 대기 시작했고, 물이 고프기도 시작했었다. 포기하고 싶은마음은 수백번 수천번 아니 울고싶을 정도였다. 


이런 험난한 길을 올라가는 도중 잠깐의 쉼을 갖었고,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선생님의 한 마디가 우리에게 질문으로 던져졌다. "오르막길을 생각하면 어떠니?" 우리는 모두 "힘들어요!!!!", "하 제일 싫어요!!" 아주 그냥 단합의 끝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은 귀여운 아이들의 투정을 보시면서 웃음과 함께 필자에게 아직까지도 가슴에 새기고 있는 한 마디를 던져주셨다.


애들아, 오르막을 오르면 나중에 기다리고 있는건 무엇일까?
"아주 편한 내리막길"


즐겨보자 애들아, 마지막에 있을 천왕봉에 올라간 뒤에는, 우리에게 주어진건 너무나도 편한 내리막길이 선물로 기다리고 있어. 얼마나 기대되니! 라는 말이다. 


//2003년 천왕봉 & 2016년 천왕봉//

 

 우리에게 천왕봉이라는 높다란 정상을 찍기 위해, 그리고 정상 이후에 기다리고 있는 내리막의 선물을 갖기 위해선 험난한 길을 헤쳐가야한다. 오히려 즐겨보자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어린 마음에 다가왔던 선생님의 오르막에 대한 의미를 지녀보자 다짐했다.


 여기에서 말을 하고 싶다. 시작이라는 것이 결국엔 우리가 원하는 마지막이라는 종착지를 위한 다짐이자 약속이다. 약속에 따르는 댓가는 우리가 치루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 눈에 훤하다. 각자의 




[마지막은 아름다워야지, 그래야 새로운걸 아름다게 시작하지]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오르막을 통한 삶의 내용, 의미 그리고 품격

 위 사진에 나온 죽음이라는 단어는 너무 무섭다. 그렇다면, 마지막이라는 단어로 대체해보자. 마지막 문구를 대체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어떤 마지막을 위해, 우리가 올라가야할 오르막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마지막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고 되짚어본다. 사실 필자는 오늘이 대학생활의 마지막 대학수업을 마친 날이다. 수업 3시간이란 짧은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지나갔다. 그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이 필자의 머릿속 이곳 저곳에 앉았다 떠났다 다시 오고 가고는 하였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은 필자에게 무엇을 의미했던 것일까? 무엇의 정상을 찍기위해, 또는 올라선 마지막 이후에 주어지는 나의 내리막길은 무엇인가?

 

꿈샘동기, 그들은 또 마지막을 위한 오르막을 달렸다.

 아직 필자에게는 가야할 길이 많다. 그리고 시작이라는 것에 대한 설레임을 간직하고 그것의 기대감과 폭발력을 끊임없이 사랑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이 나만이 우뚝 서 있는 슬픈 마지막이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올라가 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싶기 때문이다. 작지만, 적지만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당당히 오르막을 전해보기도 하고, 그것에 도전을 하도록 응원해주고 함께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마지'막'을 위한 오르막의 길이 쉽지는 않더라도, 그 여정을 통해 그들의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필자가 느낀 교육의 정의이고, 그것을 간직하는 이유다.




[더 나음을 위한 계속진행형의 오르막]

택시 할아버지가 이번년가 "개의 해"인걸 아는 이유


오늘, 갑작스런 상황으로 택시를 타게 되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역시나 편하게 택시를 타고 가는데 이상하게 기사님과 이야기를 술술 하기 시작하였다. 일이 있어 핸드폰으로 업무를 보던 중, 기사님과의 이야기가 잘 되어,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할아버지셨다. 언뜻 보아도 춘추가 꽤 되어보이셔서 조심스레 여쭈었더니 80대이셨다. 우선 그런 나이에도 자신의 택시를 운전하시는 모습에 손자의 마음으로 "우와우와!!"를 연발하였다.

 

 여러 대화가 오가던 중, 필자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시며 웃음과 함께 나이를 물어보셨다. 필자의 나이를 이야기 하고선, "아 그럼 양띠구나~, 그런데, 올해가 개띠잖아~"라는 말을 함께 붙여하셨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올해가 왜 개띠인지, 필자가 궁금해할 것 같으셨는지, 이유를 설명해주겠다 하신다. 사실 필자의 마음속에는 역시, 택시 운영을 거뜬히 하시는 할아버지이시다보니 일단 존경의 마음이 엄청 큰 상태였다.(사실, 80대에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할아버지와의 비슷한 춘추이시며 그런 건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으시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다.) 할아버지께서는 검정 노트를 하나 툭 던져주신다.


바로, 이 책은 주역을 할아버지께서 직접 필사로 작성하시고, 할아버지만의 해석을 달아놓으신 귀한 책이었다.

주역 : 유교의 경전(經典) 중 3경(三經)의 하나인 《역경(易經)》/ 출처 : 두산백과

하, 이 얼마나 귀한 12분간의 만남인가! 정말 마음만 그리고 돈만 많았어도 그대로 택시를 타고 더 먼곳을 가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싶었다. 할아버지께 정말 바라는 마음으로, "이 28살 청년에게 주역에 있는 말씀중 해주고 싶으신 말씀 없으신가요?"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렸다. 정말 간단한 대답을 해주시곤 그 부탁은 끝났다. "한글로 써있는데 자네가 찾아 읽어봐~"


익을 수록 고개 숙이는 벼이삭


 그동안의 필자가 간직했던 교육을 통한 간직했던 것들이 총합되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한가득 자필로 작성하신 노트 속 그분의 시간이 느껴졌고, 그분이 오르셨던 오르막길의 험난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분이 다시 한 번 더 나은 마지막 종점을 향해 올라가시는 오르막길까지. 항상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씀이 필자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마지막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은, 끝을 알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을 찾아 또 다른 마지막을 찾아나서는 시작의 막을 알리는 것이라고."


 지금 이 시기에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의 끄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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