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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Nov 09. 2017

일하는 엄마의 속 사정, 학교 결석을 걱정하는 이유

아이가 아파도 출근길을 나서는 워킹맘의 비애

일하는 엄마의 속사정
학교 결석을 걱정하는 이유                                          

추운 주말 날씨에 아빠와 단둘이 낚시 여행을 다녀온 숑숑군, 평소와 다름없는 월요일 아침, 다 같이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어디 체했나? 싶기도 하고, 일단 먹고 있던 감기약을 챙겨 학교로 보냈다. 근무 시간 중 전화벨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보건실입니다.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열이 38도가 넘네요.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 아픈 건 큰 아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일단 보건실에 있는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부탁했다. 보건 교사는 일단 약을 먹이고 한 시간 정도 쉬게 한다고 했다. 일하는 엄마의 속 사정을 이해하신듯 했다. 그 후 다행스럽게도 약 기운이 돌아 열이 내렸다며 큰 아이는 괜찮다고 그랬다.               

사진 출처 pixabay

퇴근 후 여전히 열 기운이 있어 급하게 병원에 다녀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이고 8시부터 재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숑숑군의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인다. 열이 39도가 넘었다. 이렇게 되니 난감해진다. 남편과 내가 출근하면 숑숑군은 혼자 집에서 있어야 한다. 
엄마 아빠의 퇴근 시간까지 아픈 아이 혼자 집에 있던지, 아니면 일단 학교를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기 시작했다.                                           

결석 
vs 
아픈 아이 혼자 집에 있기                          

결석을 하게 되면 담임 교사에게 연락을 따로 해야 하는데 판단이 서질 못했다. 남편도 아이 상황을 보니 어떻게 할지 모르는 눈치다. 그래도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점점 열이 내려가는 걸 확인했다. 그제서야 배가 고프다며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 먹는 모습을 보고 나는 먼저 출근했다. 조금씩 열이 내려서 괜찮다며 일단 엄마 말처럼 학교에 가보겠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께는 아이가 열이 높아 해열제를 먹였는데 9시 30분까지 등교하도록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9시에 등교했다는 알리미 문자가 도착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벌써 학교에 갔단다.                                           

오늘 화요일이라 9시 되면 
받아쓰기 시험 친대.
그래서 일찍 갔어.
학교 가는 길에 급수표 보면서
갈 거라더라.
사진 출처 pixabay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눈에는 부족해 보이고 어설퍼 보이는 아들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 성에 안 찬다고 가르쳐주면 습관이 안된다고 빠른 결과만 요구했던 나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웠다.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집에 있어도 걱정이고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를 가서도 걱정이다. 돌봄 교실 선생님이 아이가 앉아 있는 게 힘들어 보인다며 전화가 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하니, 견딜만하다며 괜찮다고 애써 씩씩한 목소리로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를 위로한다. 

엽아.
너도, 나도,
여기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엄마가
고맙고 미안해.

어쩌면 큰 아이가 아침에 집에 혼자 있을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아빠의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철없는 아들로만 보였는데 이 순간만큼은 듬직한 장남이 따로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이만큼 성장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만 멈춰 있는 게 아닐까?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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