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개인 블로그'성장을 꿈꾸는 엄마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이기적이든,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이든
어쨌든 슬로우 힐링을 위한 소확행 시간을 선택하다.
이기적인 엄마일까?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일까?
요즘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쉼'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나만 생각하기. 나를 위한 여유 찾기였다. 그래서 주중에 이미 남편에게 토요일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겠노라며 선전포고를 해둔터였다. 출근 전 3시간, 혹은 근무 중 1시간 남짓한 점심 시간이 아니었다. 출근시간, 혹은 업무 시간에 쫓기며 겨우 찾아내는 '패스트 힐링'이 아니라 '슬로우 힐링'이 필요했다. 그냥 데드라인 없이 나를 위한 정처없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우리 동네에 영풍문고라는 대형 서점이 생긴 뒤로 정말 기뻐한 나였다. 혼자서 영풍문고에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리라 애타게 기다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한없이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으로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 대망의 날 전날, 근무 시간 중에 막내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늘 그러하듯, 보통 이런 전화는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긍정의 메시지는 없다는 것을....
"어머니, 민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열 재었더니 38도가 넘네요."
그렇다. 인생이라는 늘 계획대로, 순리대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제부터 막내 민이는 편도가 부어서 밤새 고열에 시달렸고, 아침이 되어서야 열이 잡혀 10시까지 숙면을 취하는 이례적인 주말 아침이 되었다. 늘 자다가 깨워도 내가 언제 잠들었냐며 벌떡 일어나던 아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왜 아이들은 새벽 시간만 되면 고열에 시달리는 걸까?
주중까지만해도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필수불가결한 시간이라며 남편에게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그간 지금 나에게 필수불가결한 시간이라고 포장해온 시간은 되려 사치스러운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픈 아이를 두고 혼자 있는 시간으로 혼자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기적인 엄마마냥,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라는 등급으로 나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에게 아픈 아이를 맡겨두고 집을 나섰다.
아픈 아이에게 꼭 엄마만 필요한게 아니라, 부모라는 이름 중에 '부'라는 역할도 있으니까. 요즘의 나는 쉼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중에 얼마나 학수고대했던 이 시간이었는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
읽고 싶었던 <엄마의 자존감 공부>, <자존감수업>, <약간의 거리를 둔다>, <말그릇> 등 베스트셀러 책들을 모두 읽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달콤달달한 카라멜마끼야또도 주문해서 영풍문고 내에서 북카페를 전세낸 것처럼 혼자있는 시간을 즐겼다.
책 읽는 내내 울컥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누가 볼까 싶어 애써 몰래 훔쳐냈고,
목 울대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이 감정을 인지하면서 텍스트가 안겨주는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
나는 소확행을 선택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나를 위한 여유 있는 시간 즐기기
남편이 서점에 있는 나를 데리고 왔는데 아픈 우리 막내는 환한 미소로 무척 반갑다는 눈빛으로 나를 안아줬다.
내가 이기적인 소확행을 선택한 시간동안 남편은 아이의 점심을 살뜰히 챙겨줬고 낮동안은 아이는 열이 오르지 않아 잘 놀았다고 했다.
그래, 이기적이든, 모성애가 부족하든
오랜만에 깊게 만난 소확행 덕분에
내면에 에너지를 한껏 채웠다.
때로는 모성애 깊은 엄마라는 잣대보다
나를 위한 잣대가 더 필요한 날이 꼭 있어야 한다.
오늘의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