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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Mar 08. 2018

일하는 엄마의 부족한 손길,

네이버 개인 블로그'성장을 꿈꾸는 엄마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라서 주어진 환경에 맞춰가는 내 아이,                                          

요즘 시대에는 매일 하교 시간에 쓰는 알림장 방식도 참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1학년 때는  '클래스팅'이라는 알림장 어플을 이용해서 아이들 하교 시간 이후 자동적으로 알림장이 공유가 되었다. 그러면 내일 챙겨야 할 준비물이 무엇인지, 오늘 숙제가 무엇인지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워킹맘에게는 유용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2학년부터 담임 교사는 수기로 쓰는 알림장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야 알림장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러운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제는 큰 아이가 방과 후 수업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도착할 시간쯤 되었을까? 전화가 왔다. 새 학년이 시작된 뒤라 그런지 방과 후 수업이며 학원 스케줄이 모두 변동된 터라 요즘 부쩍 전화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엄마, 집에 오실 때
문구점에서 
영어 노트 한 권만 사주세요.
내일 준비물이에요.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 하루 스케줄을 끝내고 이제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였다. 그러면서 내일 챙겨야 할 준비물을 엄마가 퇴근 후 확인하면 당혹스럽지 않게 미리 알려준 큰 아이의 마지막 내용, 참 기특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동에 사는 같은 반 엄마는 퇴근 후 저녁 먹고 나서 알림장을 확인했다며 혹시 집에 영어 노트 있냐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당장 내일 챙겨야 할 준비물을 오늘 이렇게 알려주시면 어떡하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나 역시도 이런 경우가 많아 2학년 때 큰 아이에게 부탁을 해둔 터였다.




엽아, 엄마는 일하니까
퇴근 후 집에 와서
네 알림장을 확인하면

엄마는 준비물을 챙길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까 네가 알림장을 이렇게 쓰고 나서
엄마가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으면 
미리미리 연락 줘.
그럼, 엄마가 퇴근 길에
문구점 들렀다가 올게.



그래서 큰 아이는 일하는 엄마의 당부대로, 잘 지켜주었다. 퇴근 후 내가 당혹스럽지 않게 미리 전화로 알려준다. 클래스팅이라는 어플을 이용했다면 미리 준비물을 챙길 여유 시간이 있겠지만, 작년부터 현실은 달라졌다. 담임 교사의 재량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는 학급 방식이라 그에 맞춰 따라가는 수밖에. 

초등 3학년이 되면서 퇴근 후 시간이 이렇게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많아진 교과서 앞에서 퇴근 후 엄마표로 이끌어가려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너는 너대로 의연하게 지내고 있구나. 

일하는 엄마라서 손길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손길에서 너와 나, 서로 맞춰가면서 이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잘 헤쳐가자. 부족한 엄마의 손길만큼 너도 네 준비물 스스로 챙기는 습관 들인다 생각하지 뭐. 

그런데 미안하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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