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욕심많은워킹맘 Mar 15. 2018

부부에서 부모로,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사소한 습관

네이버 개인 블로그 '성장을 꿈꾸는여자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부부에서 부모로, 그리고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여정, 그 사소한 습관에 대하여

남편과 나는 결혼 전까지의 연애 기간이 비교적, 아니 많이 짧은 편에 속한다. 7개월간의 주말 연애를 끝으로 결혼이라는 연결 고리로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7개월 후 임신했다. 출산 후, 부부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소한 생활 습관조차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처음 변화를 맞이할 때에는 불편함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그 불편함은 어느새 익숙함이 되고, 그 익숙함은 어느새 일상으로 이어진다. 

부부에서 부모가 되기의 생활 습관의 사소한 변화 중에 하나가 바로 남편 차에서 나의 좌석 자리다. 

부부이기만 할 때에는 남편 옆자리는 당연히 내 자리였다. 당. 연. 히. 하지만 큰 아이를 출산 후 뒤로는 줄곧 나는 뒷좌석에서 앉았다. 남편 뒷좌석에는 큰 아이 전용 카시트,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내가 앉았다. 그리고 둘째 출산 후 이번에는 큰 아이가 남편 옆좌석으로, 그리고 작은 아이가 큰 아이 카시트 자리를 차지했었다. 

뒷좌석에 앉으면 앞 좌석의 헤드 부분이 시야를 가려서 답답해하는 날 위해 큰 아이의 전용 좌석의 시트 헤드 부분이 없앴다. 그렇게 10년을 뒷좌석에 앉았다. 

지난 주말, 김밥을 싸서 암남공원과 송도 해수욕장으로 드라이브를 위해 채비를 나섰다. 평소와 같이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던 찰나,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내 옆자리에 타.
이제 두 녀석들 같이 앉혀도 되겠더라.
이제 옆좌석에 같이 앉자.

그렇게 10년 동안 유지했던 나의 자리는 예고도 없이 남편 옆 좌석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느낌이 묘했다. 뭐랄까? 조금씩 우리의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할까? 

남편 옆 좌석에 있다 뒷좌석으로 좌천(?) 되었을 때는 넓게 보이던 시야가 좁아져서 답답해했었는데, (그런 나를 위해 보조석 시트 헤드를 없앴으니까.) 지금은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니까 어색하다.  

"이제 내 옆자리에 타."라는 남편의 사소한 권유 한 마디에 10년간 뒷좌석에 앉던 나의 자리는 이동되었다. 그 의미는 내게  '부모'중심이었던 삶이 조금씩 '부부'중심으로 살아가는 한 여정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큰 아이의 자립까지 스무 살
그 스무 살의 반인 지금,

우리는 부모라는 삶에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부부'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여정 중에 있음을 느낀다.

아마, 앞으로도 
우리들의 사소한 생활 습관 하나하나가
천천히 우리들 중심으로 돌아가겠지?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