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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Mar 20. 2018

아픈 아이를 안고 두 뺨 위로 흐르는 엄마의 눈물

네이버 개인 블로그'성장을꿈꾸는여자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안고서 두 뺨 위로 흐르는 엄마의 눈물을 보면서



인간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겪고 싶고, 누군가의 건강을 이토록 간절히 바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바로 엄마가 되는 시간 후부터 경험하게 된다. 고열에 시달리며 힘없는 아이를 보노라면 가슴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절로 든다. 

어제 퇴근 후부터 다섯 살 막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한다. 화장실이 급해서이겠거니 했는데 평소 때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잘 웃고, 잘 먹고 하길래 괜찮겠거니 하는 안심으로 마음을 놓았다. 새벽에 친한 엄마의 취업 고민 상담으로 새벽 1시가 넘도록 통화하느라 몸이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피곤함에 잠든 상태에 갑자기 내 옆에서 자던 아이가 왈칵하는 소리와 함께 토를 하는 게 아닌가. 자다 일어나 이불을 치우고 아이 손과 입을 씻겼다. '장염인가, 체한 건가' 걱정이 들어 이내 잠을 설쳤다. 아이도 밤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잠을 설쳤는지 늦게까지 잠이 들었다. 그래도 깨워서 유산균을 먹이고 샤워부터 씻겼다. 다행히 컨디션은 좋아 보여서 마음이 놓인다. 

잠시 시간을 내서 막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는 길,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내려가려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우는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아기 띠로 아기를 안은 엄마가 통화를 하며 흐느끼고 있었다. 이미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폐렴이래.
병원에서 입원하라고 해서
지금 입원 병실로 가고 있어.
흑흑흑.......



폐렴에 걸린 아기는 옹알이를 하는 걸로 봐서 6~7개월 정도 되어 보였다. 포동포동 볼살이 오른 것이 100일은 지난 듯했다. 이제 엄마라는 이름을 입은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아직 어린 아기에게 '폐렴'이라는 병명도 청천벽력 같은데, 이 어린 아기에게 링거를 꼽고 입원하라는 의사의 진단은 그녀의 가슴에 화살이 꽂힌 듯한 기분이 아니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입은지 꼬박 10년, 지금쯤 되면 아이가 아프고 열이 나고, 입원을 하고 링거를 맞는 가슴 아픈 일들은 성장 과정에서 무수히 겪는 흔한 일 중에 하나라고 하지만, 어디 저 아기 엄마의 마음이 지금의 나와 같을까?



아픈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그녀를 보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큰 아이가 태어나 처음 아팠던 날 말이다. 큰 아이가 이상하게 그날따라 유독 눕히면 울고, 안으면 그치고 자꾸 울고 보채기만 하는 게 답답하고 힘들기만 했었다.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결국 병원을 갔더니 중이염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생후 백일도 안된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이염에는 항생제를 처방 할 수밖에 없네요."라는 그 말이 가슴이 아파 병원에서 큰 아이를 아기 띠로 안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 내내 눈물을 훔치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항생제라는 단어 자체부터 아이에게 큰일이 나는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항생제를 처방받고 돌아오는 길, 못난 엄마는 아이가 아픈 것도 모르고 손 타서 운다며 육아가 너무 고되고 힘들다고만 했었던..... 그 기억. 한편으론 큰 아이는 모유를 못 먹였던 탓에 나는 늘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백일도 안된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게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걱정되었다. 모든 게 내가 모유를 못 먹여서 아픈 거고, 매일 육아가 힘들다고 짜증 내서 아이가 아픈 거라며 한없이 자책했다. 



내가 부족한 엄마고 
못난 부모여서 
아이가 아프다고..... 





하물며 워킹맘은 오죽할까? 

내가 일하느라 살뜰히 챙기지 못해서 아픈 것 같아 아이의 잔병치레를 모두 내 탓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은 내가 내 가슴에 바늘로 콕콕 찌르며 상처만 되는 일임에도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기 급급했다. 아픈 아이 앞에서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도 행여나 그렇지 않을까? 그녀의 두 뺨 위로 흐르던 눈물이 10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는 이였더라면 어깨라도 한번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말과 함께.





괜찮을 거라고,
원래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더라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
엄마도 힘들고 고되니까
엄마 먼저 기운 차리고
힘내라고.

시간도
다 지나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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