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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뉴 Dec 15. 2021

암스테르담과 성매매 합법

Sexwork in the times of anti trafficking

2018.02-2018.08, 6개월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나에게 가장 충격을 주고 가장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이슈는 ‘성매매 합법’ 이었다. 여전히 옳고 그름은 판단 못 하겠다.(옳음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기존의 구조 하에 이미 존재하는 종사자에 대한 현실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깊은 고민과 논의를 거쳤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충격적인 첫인상

성매매 합법 국가인 암스테르담, 도시 한복판의 홍등가, 그러한 이미지가 가볍게, 때로는 개그코드로 소비되는 문화.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처음으로 교환학생 학교의 버디들과 시내에 놀러갔을 때다. 미션 중 하나가 Red light district 표지 앞에서 사진 찍기였는데 (이것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표지의 근처에 자리잡았던 성매매 여성이 불쾌해하며 우리 버디그룹의 어떤 독일 여자애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애초에 도심에 홍등가가 있는 자체가 나에게는 문화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라의 디폴트이니, 주어진 전제라고 생각해 본다 해도 과연 성매매 종사자들은 합법화로 인해 보호를 받고 있나.  일화만 봐도 그만큼 평소에 수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받아왔고 스트레스를 받아왔음을   있다. 수많은 복잡한 이슈들이 얽혀있음을 엿볼  있었다.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 정책에 대한 사회학 과목


사회학 전공 수업 중 ‘Sex work in the times of anti-trafficking’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성매매 합법 국가인 네덜란드에서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성매매가 합법화 됐는지, 합법화 이후 이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정책을 다루는 수업이었다.​


이 문제 하나를 깊게 파보는 게, 이 문제를 두고 이 나라에서는 어떤 논의가 펼쳐지는지를 알아보는 게, 이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관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현황

2018년 4월 국회 통과한 법안 중 하나인 'red light street 관광객 제한법'

관광 업계에서는 성매매 합법화가 다른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네덜란드만의 ‘특산물’로, 하나의 관광코스 하나로 자리매김. 심지어는 시내 투어 관광 코스에 홍등가가 포함.

이로 인해 관광객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홍등가 여자들 구경. 그 앞에서 투어 가이드들이 설명까지 진행하는 광경.


-> 홍등가 성매매 종사자의 수치심+ 관광객 인파로 인해 잠재적 고객 손실 문제.

-> 그래서 홍등가 투어를 할 때 관광객들이 성매매 종사자들을 등진 상태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식으로 제한을 두기로 함.


성매매 구매자의 특별 강연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성매매가 하나의 정상 직업 범주이고, 본질적으로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산업으로서의 산업 내부의 고민들이 논의된다.

어떤 산업이든 ‘종사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있다면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 또한 당연히 수반된다.


보통 '성매매'하면 성매매 종사자(주로 여성)에 대한 것들을 주로 접했기 때문에 성매매 구매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성 구매자가 특별 강연(듣기 힘든 뇌피셜 모음을 두고 ‘강연’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참…)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소비자 연대'에 대해 언급한 게 충격적이었다. 그가 펼친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성 구매자 본인은 오랜기간 성을 구매해온 경험이 있다. 즉, 성매매 산업의 성실한 소비자다.

(2) 성매매 산업 또한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세부적인 지점들, 일종의 '수요'가 있다. (아마도 성적 취향..?)

(3) 공급자인 성 종사자는 이러한 수요를 잘 알아야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성매매 소비자 연대'의 필요성을 언급.

(4)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구매자가 선뜻 모이기 어려운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아쉽다.


-할많하않


성매매 종사자의 특별강연

(1) 성매매 종사자 라이센스 한계점


라이센스가 도시별로 발급되기 때문에 성매매 종사자는 도시 간 이동권이 제한된다는 것. 한 도시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했어도 다른 도시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이 한계라고.


또한 실효성 측면에서 정식 라이센스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라이센스 개수에 제한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발급이 어렵다는 것.

(2) 업무할 때 종사자 간의 경쟁으로 인해 어려운 점은 없는지에 대한 한 학생의 다소 조심스러운 질문

이에 '쓰리썸'을 하면 된다는 그녀의 짧고 명료한 답변.


-이런 발상의 전환,,,내 발상이 한계가 많았던 걸까,,


(3) 합법화 이후 성매매 종사자들이 느끼는 가장 달라진 점

적어도 경찰에게는 강간당할 위험이 줄었다고. 왜냐하면 기존에는 발각되면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강간하는 사례가 다수.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었다.



레디컬 페미니즘에서의 관점

수업에서는 교수님 본인이 성매매 합법화 옹호론자기 때문에 반대의 관점을 radical feminism 이라고 다뤘지만 그에 한정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성매매 종사자가 일종의 '사회적 희생자'라는 관점이 지배적.

(1) 가장 개방적이고 법적 뒷받침까지 갖췄다고 인정되는 네덜란드의 성매매 산업에서 마저도 성매매 여성은 주로 사회적 약자의 배경에 있던 사람들이라는 것.

예를 들어 동유럽에서 인신매매로 온 비율이 70%. (근데 이 조사는 조사 대상이랑 방법 등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로 빈곤층에 있던 여성들.

(2) 가부장제가 해소되지 않은 사회에서의 성매매는 가부장제를 강화한다는 것.


-> 남성 성매매 종사자가 극소수인 것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함

 + 여성 성구매자와 남성 성구매자는 특성이 다름


​<->소수의 남성 성매매 종사자들은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논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인권 논의가 제한적이라는 지적. ​


(3) 일반적인 경향성에 있어서 여성 성 구매자와 남성 성구매자를 같은 차원으로 놓고 볼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

 '여성 성매매 구매자 실태'에 대한 연구(아마도 Do women do it too 라는 논문이었던가)에서는 심층 인터뷰, 설문 등을 통해 봤을 때 여성 성구매자는 남성 성구매자와 달리 성종사자와의 둘 간의 관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지 않는다는 결과.


여성의 경우 성과 감정을 분리하지 않아 남성구매자와 여성종사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관계의 깊이가 훨씬 깊으며 육체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때문에 여성 성구매자는 남성 성구매자와 다른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여기까지가 우리팀이 조사하고 논의했던 내용들이다.


여전히 난제지만 기본적으로 네덜란드 문화가 우선시하는 가치, 그에 따라 어디까지 논의될 수 있는지 문화적인 용인 범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1. 개인의 자유

이유를 불문하고 도덕적인 기준과 상관 없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면 그 가치는 전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합법화 외에, 세계 최초 동성혼 합법화, 대마 합법화가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2. 논의의 무제약

위의 연장 선상으로, 대체로 논의 과정에 금기시 되는 것이 거의 없다보니 논의에 제약이 없다.(개인이 그렇다면 리터럴리 그런 거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성 구매자가 산업 고도화까지도 주장할 수 있었던 거겠지.


한국에서는 논란적인 이슈는 아예 화두에 올리기도 힘든 것들이 많은데 완전히 다른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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