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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Aug 08. 2016

아이고 의미 없다.

사는 게 뭘까.

집안 온도계에 33이라고 찍힌 숫자를 보며, 이게 무슨 미친 날씨인가 하고 있을 무렵..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한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 엄마.. 오늘 돌아가셨어. 성모병원 영안실이고 발인은 모레야.'


머리가 띵.... 갑자기 세상이 잠시 멈춘 기분.

분명 한 두 달 전만 해도 어머니랑 같이 여행 다녀왔다고 너무 좋았다고 너도 꼭 엄마랑 다녀오라고 했던 언닌데.

너무 놀라 한 걸음에 달려간 영안실.

핼쓱해지고 초췌한 얼굴의 언니가 의외로 담담하게 얘기를 꺼냅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도 지금 내 정신이 아니네..
한 번씩 울컥울컥 하는데 또 밥을 먹고 이 와중에 졸리기도 한다..
아직 실감이 안 나나 봐. 이제 엄마를 못 본다는 게..


언니 얘기를 듣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본 사람들은 아는 그런 과정을 언니는 지금 겪어야 하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 무너지는 그 과정을 언니가 앞으로 겪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 날 문득 하늘로 보내면..

처음엔  그 사람이 떠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불쑥불쑥 찾아오는 미친 그리움과 슬픔에 종종 크게 무너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친 그리움은 더 깊어지는 그런 과정.

이십 년이 지나 그 추억의 일부만 생각해도 여전히 몇 시간 목놓아 펑펑 우는 미친 그리움..

그 아픔을 언니도 나처럼 견뎌내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영안실에서 돌아오는 길, 성당에 들려 언니와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드리고 나오는데 오늘따라 햇빛은 왜 이리 쨍쨍하고,

분수대에서 시원하게 물 장난치는 아이들 웃음은 왜 이리 해맑은 건지..

다 살아있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는 게 뭘까요.

아등바등 살아봐도 죽으면 끝인데.

한 푼 두 푼 뼈 빠지게 안 쓰고 모은다고 그 돈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사람 없으면 인생 끝날 것 같은 지독한 사랑도 하늘까지 함께 가서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는데 정답이 있을까요.

'인생이란 거 딱 이게 맞는 거야. 이게 인생이야' 하는 정답이 있을까요.


아이고~ 아무 의미 없습니다.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지금을 살면 될 것 같습니다.

살아도 죽은 것처럼 살지 말고,

살아서 사는 것처럼 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하루도 살아서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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