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세요?
그럼요. 아주 잘 지내죠. 잘 지내시죠?
네. 덕분에요.
침묵이 흐르고... 그들의 표정은 말처럼 잘 지내는 것 같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 작가가 "잘 지내니?"라고 물어왔다.
한동안 친했지만 서로 바빠서 소월했던 작가다.
"언니 저 잘 못 지내요. 힘든 일도 많았고요. 글을 계속 쓸 수 있을지 두려워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이니까.
난 잘 지내지도 못하고, 밥을 먹다가도 울고, 길을 걷다가도 울고...
하얀 백지 한글 파일을 보면서도 운다.
하지만 내 대답은 "네 잘 지내요. 언니도 잘 지내시죠?"
거짓말이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도덕 시간에 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웠다.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그럼 우린 다 나쁜 사람들인가?
나는 종종 걱정하는 가족들과 내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나는 종종 겉치레 인사로 거짓말을 한다.
나는 종종 겉으로는 친한 척 하지만 뒤돌아 욕하는 진상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사람을 믿고 마음을 다 보여주면 만만하게 보는 진상들이 있다.
좋게 말해 진상들이고 솔직히 악마라고 말하고 싶다.
진상들 역시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
좋은 척, 걱정해 주는 척, 위로해 주는 척.
진심이 아닌 걸 안다. 그래서 나도 거짓말을 한다.
솔직해지면 나만 상처 받을 테니.
남에게 상처 주고 피해주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사기꾼은 범죄자다.
범죄를 저지르는 거짓말은 확실히! 나쁜 것이다.
하지만 범죄가 아닌, 내 사람들을 지키고 나를 지키는 거짓말도 나쁜 것일까?
"하얀 거짓말"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거짓말에 색깔이 있나? 생각했었다.
하얀 거짓말... 천사처럼 하얀 거짓말이란 뜻인가 보다.
불손한 의도가 아닌 좋은 의도의 거짓말.
오늘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잘 지낸다고. 걱정 말라고. 난.. 괜찮다고.
하지만 조금 서글퍼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