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게 나이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소설 <은교> 중
집필에 지친 마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전환시켜 보려고 모임에 나갔다.
짧게 자기소개들을 하는데 마치 정해진 틀처럼 이름, 직업, 나이를 얘기하더라.
요즘 동호회는 이렇구나 나도 이름, 직업, 나이를 얘기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이 싸~해졌다.
왜지? 내가 뭘 잘못했나?
경악하는 사람들, 뭐하러 왔냐는 듯 눈치를 주는 사람들, 오버하며 "대박! 언니 동안이네요" 애써 달래주는 사람들.
"내 나이가 어때서?"
불편한 동호회 자리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후덥지근한 밤바람에도 마음이 시렸다.
열심히 살아 온 시간이 나이 때문에 밟히고 뭉개지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 세상에 태어나 귀여운 아기 시절을 보내고, 코피 터지게 공부해서 수능도 보고,
대학 캠퍼스 안에서 연애도 하고 취업 준비하며 좌절도 하고...
직장에선 신입이라고 무시당하면서도 열정으로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이 있다.
제대로 된 모범 답안은 아니겠지만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는 20대 후배들에겐 경험을 얘기해 줄수도 있다.
어차피 선택은 스스로가 하겠지만 참고가 될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도 그대라는 사람도 단지 각자 주어진 시간을,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다.
그대들이 걷는 길을 나 역시 걸어가고 있다.
나이 들었다고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오늘이 감사하고 지난 추억이 아련하고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막연하지만 잘 될거란 희망으로 산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여자든, 남자든...
세상 사람은 모두 똑같은 시간을 보낸다.
근데 뭐가 불쌍하고 뭐가 자랑인가?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TV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이는 노력 없이 먹는 것.
생색내지도 말고 권력이라고 착각하지도 말 것.
동호회에서 만난 20대 후배들이 이 글을 본다면,
'꼰대 라떼는 말이야~'가 열폭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잊지 마라.
눈 깜짝할 사이 그대들도 꼰대, 라떼가 되어있을 것이다.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그리고 나는 나이가 들어도 예쁘게 잘 살아갈 것이다.